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수사 단계에 있는 피의자분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에 대한 답변 위주로 구성해보려 합니다.
구치소에 계신 분들 중에는 사건이 이미 재판으로 넘어간 경우도 있지만, 이제 막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경찰조사를 마치고 검찰 조사를 앞둔 분들, 또는 아직 받고 계신 분도 많습니다.
“내가 왜 구속된 건가요?”, “조사받을 때 진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처럼 막막한 질문에 대해, 수사기관이나 영장판사는 알려주지 않는 ‘진짜 이유’와 ‘팁(TIP)’에 대해 이번 글에서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수사 절차에 대한 불안과 궁금함을 느끼시는 분들께, 이 글이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저는 얼마 전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발부되어 구치소로 오게 되었습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형사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A.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것은 당연히 ‘구속 여부’에 대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청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 기각현황」을 정리하여 공개하고 있는데요. 실제 수치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작년 2024년 한 해 통계를 보면, 총 21,469건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이 중 76.9%의 비율로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기각률은 22.9%인데요. 통계를 보면 2017년 이후 구속영장 발부율은 줄곧 80%대를 유지하다가 2023년 처음으로 79.5%로 소폭 하락, 작년은 그보다 조금 더 낮아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러나 어찌 됐든 간에,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면 75~80% 정도의 높은 확률로 영장이 발부되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고려하셔야 할 것은, 이 통계 수치는 사건 종류에 상관없이 전체 접수된 사건 대비 영장이 발부된 비율을 측정하여 낸 수치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사건에 연루되었느냐, 또 본인의 상황이 어떠하냐에 따라 발부 가능성은 훨씬 더 높거나 낮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보이스피싱 전화상담원으로 가담한 경우라면 영장 발부 확률이 95% 이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워낙 중한 범죄로 취급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범죄에 연루되었는데 아직 총책이나 다른 공범들이 도주 중인 상황이라면 가담 정도가 비교적 낮은 피의자에게도 영장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상황이 유출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즉, 단순 구속영장 기각률만을 근거로 본인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다소 무의미하고, 구체적인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서 판단해보아야 합니다.
Q. 저는 얼마 전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실과 너무 다른 내용이 기재되어 있어서 억울하여 질문드립니다.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제 주거지에 제가 입는 옷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거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의자에게 일정한 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되어 있던데 전혀 사실이 아니거든요. 정말 억울합니다.
A. 질문자께서 느끼시는 황당함과 억울함, 충분히 공감됩니다. 저희 역시 구속영장청구서를 검토하다 보면, 실제 사실관계와는 동떨어진 내용이 적혀 있거나,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정황만을 부각시킨 경우를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전문가인 저희도 놀랄 때가 많은데, 하물며 당사자께서 느끼실 답답함은 오죽하시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질문자께서 억울해하시는 ‘주거 부정’ 사유만으로 영장이 발부된 것인지는 조금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이 한 가지 사유만으로 구속이 결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구속영장청구서는 말 그대로 수사기관이 영장 판사에게, “이 피의자를 반드시 구속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일종의 의견서입니다.
그러므로 피의자에게 불리한 사정만 일방적으로 부각시키고, 과장된 표현도 있으며, 다소 악의적으로 사실관계가 왜곡되기도 합니다.
다행인 것은 판사 역시 이를 모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영장 판사가 영장을 발부했을까요?
이는 영장 판사가 실제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요소는, 다른 무엇보다도 ‘피의자가 향후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는지’입니다.
실형 위험이 있는 피의자는 언제든 도주할 수 있다고 보고 영장을 발부하는 것입니다. 결국 구속 사유의 핵심은 ‘주거 부정’이 아닌 ‘도망할 염려’임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경찰도 외형상 구속 요건을 갖추기 위해 표현을 끼워 맞추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저희가 경찰의 이러한 행태가 잘했다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판사가 이 부분을 중요하게 봐서 영장을 발부한 것은 아니기에, 일부 억울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지나치게 매달려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오히려 정작 중요한 부분은 다투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Q. 담당 수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너무 몰아붙이고 유죄를 단정하는 듯한 질문을 합니다. 편파적인 수사를 한다고 생각되는데 아예 진술거부권을 행사해도 되나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수사를 받을 때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들었습니다.
A. 피의자로 조사받는 모든 분들은 ‘진술거부권’ 통지를 받으셨을 것입니다.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합니다.
진술을 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안내받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수사 현장에서는 조국 전 당대표처럼 전면적으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사례는 드뭅니다.
저희도 전면적인 진술 거부를 조언하는 경우는 없는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진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검찰이 기소를 못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피의자의 진술 없이도 다른 증거가 충분하다면, 기소는 물론 유죄 판결까지 가능한 것이 현재 형사 절차의 구조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피의자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반박하여 바로잡고, 본인의 입장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의 경우처럼 법률적 판단 외에도 여론이나 전략적 요소가 작용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면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진술거부권은 전혀 행사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서 앞으로 진술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진술거부권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질문자의 상황처럼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이 편향된 태도를 보이거나 부당하게 몰아붙인다고 느껴진다면, 진술거부권보다는 영상 녹화를 요청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고 입증할 수 있습니다. 의뢰인 분들과 현장에서 함께 하며 느끼는 점은, ‘이론’과 ‘실무’는 참 다르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배운 법률 지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현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것을 고려하여 대응 태도를 결정해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답변을 드리는 것이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