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로유] 수발업체 피해, 고소 전략 다시 짜야

최근 증가하는 ‘수발 업체 피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적 전략은
‘사기죄’ 아닌 ‘횡령죄’ 적용…
어떤 죄목 적용하느냐가 관건

 

접견 상담 중 의뢰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수발 업체를 이용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고, 환불을 요구하니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억울한 마음에 해당 업체를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불송치’. 수사기관은 이 사건이 사기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의뢰인은 그 판단에 납득하지 못한 채 답답한 심정으로 지내다 나와의 상담 중 다시 입을 연 것이었고, 사건 내용을 들으며 단번에 떠오른 건 “죄명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실무에서 적지 않게 반복되고 있다.

 

수발 업체의 형사책임을 묻는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해당 대금이 어떤 구조로 지급됐고, 어떤 의도와 상황에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는지에 있다. 형사법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고의’, ‘기망’, ‘불법영득의사’ 같은 법적 요건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먼저, 만약 상대방이 처음부터 아무런 수발 업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애초에 이행할 의사조차 없이 접근하여 돈만 받은 경우라면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자료 전달, 민원 서류 작성, 지인 연락 등 구체적인 약속을 하고도 그중 어느 것도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와 유사한 피해자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면, 이는 ‘처음부터 기망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수사기관 역시 반복적이고 유사한 패턴의 사기 정황에는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대부분 사기보다는 ‘업무상 횡령’으로 법적 평가가 가능한 구조가 더 자주 발생한다.

 

만약 업체 측이 돈을 일괄 수령한 뒤 일부 업무(예: 자료 전달 1회, 지인 연락 등)를 진행했지만 이후 서비스가 중단되고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피해자가 반환을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응답하지 않았다면, 해당 금전은 여전히 피해자의 소유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계약서나 메시지에서 금전을 보관하거나 분할 사용하기로 한 내용이 있었다면, ‘업무상 보관 중인 금전’을 임의로 소비하거나 반환하지 않는 행위는 형법상 횡령죄로 평가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단순한 돈을 받은 행위가 아니라, 그 돈을 어떤 구조로 수령했고 그에 따라 발생한 의무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장을 작성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돈을 주고 아무것도 못 받았다’는 식의 진술은,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단순 민사 분쟁으로 오인될 수 있다.

 

오히려 고소장에는 “누가, 언제, 어떤 약속을 했고, 그 중 무엇을 이행했으며, 무엇을 이행하지 않았는지”를 시간대별로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피해자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반환을 요구했는지”, 그리고 “그 요구에 대해 어떤 답변이 돌아왔는지”까지 정리해야 수사기관이 기망 또는 횡령의 고의를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억울한 상황이라도 형사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하나, 초기 계약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진행 여부는 업체 재량에 따름’ 등 불명확한 문구로 돼 있어 피해자 기대와 현실이 괴리된 경우.
둘, 구두 계약만 존재해 약속된 서비스의 범위나 환불 조건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셋, 계약서나 문자 메시지 등에 ‘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환불 불가’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넷, 업체 측이 실제로 일부 업무를 진행했고, 이후 건강 문제나 내부 사정으로 진행이 중단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다.

 

이처럼 명확한 기망 행위나 불법영득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은 대부분 불송치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형사 고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기죄나 횡령죄로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민사 소송을 통해 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실제 제공된 서비스의 내용과 약속된 의무를 비교해 손해배상 청구나 대금 반환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문자나 녹취, 계좌 입금 내역, 약정서 등을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의뢰인은 본 사건에 나를 선임하겠다 말하며 해당 수발 업체 또한 다시 고소하기로 했다. 형사 고소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억울해도 법적으로 어떤 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하고, 그 구조에 따라 고소장이라는 서류를 정확히 설계해야 수사기관의 판단을 바꿀 수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계약 불이행 문제로 치부되어 불송치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이행된 대금이 반환되지 않은 채 연락이 단절된 구조였고, 고소를 다시 제기하면서 ‘횡령’의 법적 구조로 사건을 재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은 억울함 자체보다, 그 억울함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입증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형사 고소는 감정이 아니라 법적 논리로 완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