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의 잘못으로 인해 구치소에 수감되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 재판 중인 미결수용자 ○○○입니다.
수감 생활 중 유일한 가족이신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지난 1월 31일, 사동 담당인 주임님께서 사동 전체를 관리하시는 계장님께서 저를 찾으신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저는 담당 교도관실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 계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계장님은 저에게 긴히 할 말이 있으니 계장실까지 같이 가자고 하셨고, 저는 걸어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일이지? 날 부를 일이 없는데… 일단 가보면 알겠지.’ 계장실에 도착하니 계장님께선 제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씨, 고모님께 연락이 왔는데… 아버지께서 수술을 일주일 앞두고 갑작스러운 발작, 쇼크 증세로 어제 병원에서 돌아가셨다고 하시네요.”
그 말을 듣고 제 두 다리는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머리에 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상황 앞에, 지은 죄로 인해 교도소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계장님은 2월 3일에 고모께서 접견을 오실 거라고 말씀해 주셨고, 저는 한두 시간 동안 계속 그 자리에서 울기만 했습니다.
예정된 접견 날에는 고모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안면이 없던 고모부께서 오셨고, 저에게 “아버지 일은 유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아버지 재산(사망보험금)을 포기하라고, 교도관을 통해 위임장을 보내줄 터이니 상속 포기에 동의하라고 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버지 사망진단서를 법원의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면 귀휴를 통해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는데, 그건 왜 안 해주셨냐고 여쭤보니 “그런 절차가 있다는 걸 아는데, 그냥 네가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지 않았다.”라고 하셔서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죄짓고 구속이 되었지만, 이게 맞는 건가 싶었습니다.
저는 결국 상속 포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하니 제가 불효를 크게 저지른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지난 7년간 아버지를 찾아뵙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저지른 가정폭력 때문에 평생 아버지가 싫었고, 아버지를 원망했었습니다.
구속된 후 아버지가 입원하신 걸 알게 되었고, 돌아가신 후엔 저에겐 씻을 수 없는 아픔이 되어 평생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버지께 죄송하다고,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못난 아들이라 너무너무 할 말이 없다고…
이제 아버지를 용서한다고, 앞으로 아들이 다시는 죄짓지 않고 열심히 살 테니 먼 하늘에서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몸도 안 좋으신데 제가 이런 곳에 있었으니, 아버지 마음은 저보다 아프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5개월이 지났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그곳에선 푹 쉬세요. 제 걱정하지 마시고요. 아버지를 생각하며 앞으로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거예요.
생전 아버지께 하지 못한 말…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아들 ○○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