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하] 무죄를 만든 압수영장 해석… 본질은 ‘절차적 정당성’

마약 재범, 무죄 이끌어낸 절차의 허점
형사재판 핵심 ‘증거재판주의’ 되새겨야

 

초기 수사 단계에서 드러난 절차상의 하자가 무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형사재판의 핵심 원칙인 ‘증거재판주의’, 즉 범죄 사실은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서만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환기한 사례가 바로 이 사건이다.

 

의뢰인은 필로폰 상습 투약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유예기간이 약 2년 남은 상태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의뢰인은 텔레그램 마약 채널에 “품질이 형편없다”라는 항의성 글을 올렸는데, 문제는 거기에 본인의 계좌번호를 남겼다는 점이다. 경찰은 계좌 정보를 통해 신원을 특정했고, 의뢰인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의뢰인은 모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것을 우려해 조사 직전까지 반복적으로 탈색했고, 상의도 없이 은색 머리를 하고 수사기관에 출석했다. 이는 통상 마약사범이 흔히 사용하는 증거인멸 방식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의뢰인이 원하던 목표는 구속을 피하는 것, 나아가 집행유예 기간을 경과시키는 것이었다. 필자는 수사팀장과의 면담을 통해 의뢰인의 전면 협조 의사를 전달하며 절차에 대해 협상했고, 오랜 설득 끝에 수사기관이 구속영장 신청을 극적으로 철회하도록 했다.

 

그러나 몇 달 후 의뢰인은 여자 친구 자택에서 또다시 마약 혐의로 입건됐다. 이번엔 ‘합성대마(JWH-018)’가 현장에서 발견됐고, 구속되며 집행유예가 실효됐으며 실형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합성대마는 법정형 하한이 5년 이상 징역으로 규정돼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최소 2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이 불가피했다.

 

게다가 의뢰인은 구치소에서 들은 “검사와 협의를 할 수 있다”, “브로커를 통해 감형받을 수 있다”는 등의 허황한 소문에 흔들리고 있었다. 필자는 이런 허위 정보 차단에 집중하며 법률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출구를 찾고자 했다.

 

사건의 핵심은 ‘합성대마가 어떻게 발견됐는가’에 있었다. 합성대마는 의뢰인의 가방 안에서 발견됐지만 압수수색 영장은 여자 친구 명의로 발부된 것이었고, 압수 목록에도 여자 친구 소유품만이 기록돼 있었다.

 

검찰은 동거인에 대한 수색이 유효하다는 기존 판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은 문언대로 엄격히 해석돼야 하며, 명시되지 않은 대상자에 대한 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를 받아들였다. 결국 합성대마 관련 증거는 모두 배제되었고, 공소사실 입증이 불가능해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의 시사점은 단순하다. 절차의 울타리를 넘으면 증거는 증거가 아니다. 마약 사건은 체포·압수·구속 등 신속성과 강제성이 요구되는 특성상 절차적 하자가 발생하기 쉽다.

 

그러므로 변호인은 범죄 사실의 존재만 따져서는 안 된다. 절차적 하자는 형사소송법상 명백한 방어 수단이며, 부적법한 증거는 재판에서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구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형사재판의 승패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미 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며, 모든 피의자와 변호인이 형사절차의 단계마다 적법성에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