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간판 정비사업 비리 수사…피의자 “강압 수사” 토로 뒤 숨져

경찰 “자진 출석” 해명.....
배치되는 정황 통화녹취 확보

 전북 익산시 간판 정비사업 비리에 연루돼 금품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지인에게 강압 수사 정황을 털어놓은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적법 수사의 근거로 제시한 ‘피의자 자진 출석’ 주장과 배치되는 녹취 내용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8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숨진 A씨는 경찰 조사 직전 지인 B씨와 변호인에게 “수사관이 계속 압박한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B씨는 통화에서 “A씨가 너무 힘들어했다. (경찰이) ‘일요일에 안 오면 가만 안 있겠다’며 계속 잡도리했나 보더라. 조사받을 때도 수사관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겁을 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B씨는 또 “그때 내가 ‘혼자 조사실 들어가면 안 된다. 진짜 멘탈 털린다’며 조사 일정을 연기하라고 했다. 그런데 A씨는 가족이나 회사에 피해 갈까 봐 걱정했다”고 전했다.

 

A씨는 실제로 지난 3일 휴일에 변호인 없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후 그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부모님이 회사에 임직원으로 등록돼 있는데, 월급을 받는 걸 보고 (경찰이) ‘이걸로 탈세하는 것 아니냐’, ‘허위 등록 아니냐’고 했다”며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는 본 건과 직접 관련 없는 별건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했다는 취지다.

 

경찰은 그동안 “A씨가 스스로 출석해 조사받았다”며 “조사 과정에서 영상·음성 녹화는 피의자가 원치 않아 하지 않았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통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자발적으로 출석할 의사가 없었고, 수사관의 강요에 못 이겨 홀로 조사실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조사 나흘 뒤인 지난 7일 오후 6시쯤 전북 완주군 봉동읍 사업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빈소에서 “경찰이 동생에게 혼자 오라고 했다. 동생이 강압 수사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며 “변호인에게도 이런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은 이날 “강압 수사 의혹이 제기된 담당 팀장과 수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철문 전북경찰청장은 “도내 전 수사 부서에 적법 절차와 인권 보호를 철저히 지시했다”며 고인과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