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피고인에 거부권 고지 미흡… 마약 혐의 ‘무죄’

법원이 정신질환으로 사리 분별이 어려운 범인으로부터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거부할 권리 등을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3-1부(임선지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30대 여성 남 모 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남 씨는 2022년 1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네 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2022년 11월 15일 새벽 소란을 피우다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경찰은 술 냄새가 없는데도 횡설수설하는 태도를 수상히 여겨 마약 투약 여부를 추궁했다.

 

당시 남 씨는 “필로폰 10g을 흡입했다”고 자백했으며, 경찰은 동의를 받고 소변검사를 진행했다.이 과정에서 경찰은 “바로 소변을 제출해도 되고,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다”고 고지했고, 남 씨는 “너네 마음대로 해라”고 답했다. 이후 경찰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소변을 제출받았다.

 

하지만 남 씨는 북한이탈주민으로, 탈북 과정에서 입은 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심리평가 결과 사회성숙연령이 11세 수준으로 나타났다.

 

2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남 씨가 임의제출의 의미나 거부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임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변 제출이 충분히 이해된 상태에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또한 ‘필로폰 10g 흡입’ 진술에 대해서도 “1회 투약량이 0.03㎎ 수준임을 고려할 때 10g은 330명분에 해당하는 비현실적인 양”이라며 신빙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설령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해당 증거를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