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BMW 급발진 또 불인정…“페달 오조작 가능성 배제 못 해”

국내 급발진 인정 판례 여전히 ‘0건’
2심 손배 인정했지만 대법선 뒤집혀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현재 국내에서는 급발진을 인정한 판례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A·B 씨 유족이 BMW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18년 5월 발생했다. 당시 A 씨는 남편과 함께 BMW 528i를 몰고 호남고속도로 톨게이트 진출로를 지나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해 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사고 직전 비상등을 켠 채 갓길 약 300m 구간을 시속 200㎞ 이상으로 주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은 차량 급발진을 원인으로 주장하며 BMW코리아를 상대로 4,000만 원을 청구했으나, 1심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2심은 1심을 뒤집고 BMW코리아가 원고들에게 4,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A 씨는 사고 장소에 도달하기 전에는 시속 80~100㎞로 운전했고 A 씨는 당시 만 66세 여성으로 건강상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며, 과속 등으로 과태료 등을 부과받은 사실도 없다”며 “A 씨가 정상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상태에서 자동차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 추정되므로 BMW코리아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차량 엔진 상 결함이 있을 경우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A 씨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고 차량은 전소돼 가속 원인을 확인할 증거가 없고, 결함을 의심할 만한 전조 증상이나 동종 차량의 이상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았던 점에 대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등되며, 엔진·브레이크 계통의 이상으로 간섭될 여지는 거의 없다”며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히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사고 당시 자동차가 시속 200㎞ 속도로 주행했던 것이 착오 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는 “국내에서 급발진 사고로 제조사 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여전히 전무하다”며 “급발진을 입증하려면 제조사의 관리·지배 영역에서 결함이 발생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지만, 사고 특성상 차량 전소나 증거 소실이 잦아 현실적으로 입증 문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