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본부장 공석 5개월째…20년 만의 APCCA 앞두고 ‘리더십 공백’

신용해 전 본부장 명예퇴직 후 후임 인선 난항
본부장 부재 속 전국 교정시설 과밀·인력난 심화
20년 만의 국제 교정행사 앞두고 ‘의장국 공석’

 

이재명 정부 출범 반년이 지나도록 법무부 교정본부장 자리가 5개월째 공석 상태다. 오는 11월,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제43차 아시아·태평양 교정본부장 회의(APCCA)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한국 교정행정을 대표할 수장이 없는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교정행정의 대외 신뢰와 내부 사기 모두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의 인사 공백이 현장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일 교정계에 따르면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이 지난 5월 27일 명예퇴직한 이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교정본부는 역대 최장 공석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교정본부장은 전국 교정시설 약 1만7000여 명의 교정공무원을 지휘하는 최고위직으로, 임기는 통상 2년가량이다. 신 전 본부장은 퇴임식을 생략하고 직원 간담회만 가진 뒤 조용히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강한 추진력으로 조직 개혁을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 ‘12·3 사태’ 이후 수사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 함께 제기된다.

 

이처럼 본부장 자리가 비어 있는 사이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 인원은 약 6만4000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과밀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교도관 인력난까지 겹치며 현장 피로감은 극심하다.

 

 

특히 오는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APCCA 회의는 2005년 이후 20년 만에 한국이 주관하는 행사다. 세계 30여 개국 교정 수장들이 모여 교정행정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 포럼이지만 의장국인 한국 교정본부는 정작 본부장이 없는 상태다.

 

한 교정 간부는 “전 세계 교정 수장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리더가 없는 채로 행사를 치르는 건 상징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제무대에서 한국 교정행정의 리더십 부재를 드러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인사 공백이 아닌 형사정책 리더십의 붕괴로 보고 있다. 한 전직 교정 고위 관계자는 “후임 인사 논의가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최근 교정본부 압수수색 등으로 내부 분위기가 경직돼 인사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역대 정부 모두 교정행정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법무부 핵심 조직임에도 정치적 존재감이 약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교정본부는 법무부 전체 인력의 70%를 차지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모두 ‘급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교정 간부는 “지금 분위기에서 누가 나서겠느냐”며 “현장은 불안하지만 인사 논의는 뒷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조직 리더십의 위기이자 국가 형사정책 신뢰의 문제”로 진단한다.

 

전 법무부 송무심의관 정재민 변호사는 “교정본부는 단순히 수용자를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형사사법 시스템의 마지막 단계”라며 “리더십 부재가 장기화되면 형사정책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무대를 앞둔 지금이야말로 교정행정의 방향성을 재정립할 시점”이라며 “정부가 더는 교정조직을 ‘비가시적 부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