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복귀 시각장애인에 야간근무 지시…대법 “명백한 위법”

복직 막으려 한 보복성 조치…임금 지급 명령까지 확정
법조계 “장애·육아 사유 불이익 관행에 경종 울린 판결”

 

육아휴직을 마친 시각장애인 사회재활교사에게 기존과 다른 야간근무를 지시하고 근로지원인 배치를 거부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해당 조치가 시설장 추행 고발과 민원 제기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는 점까지 인정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사회재활교사 A씨가 B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 근무했으며, 육아휴직 이전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간 근무를 이어왔다. 그러나 복직 직전 B 법인은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야간 근무와 월 45시간의 추가 근무를 지시했고, 근로지원인 역시 배치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홀로 자녀를 양육하던 A씨는 수차례 근무시간 조정과 지원인 배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종전 시간대로 출근을 이어가자, 법인은 무단결근 경고장을 18차례 발송한 뒤 2021년 5월 자연면직 처분을 내렸다.

 

원심은 법인의 조치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업무지시에서 정한 시간에 반드시 근로를 제공해야 할 사정도, 근로지원인 없이 혼자 근무해야 할 필요성도 찾을 수 없다”며 해당 조치가 복직 자체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A씨가 시설장 추행 사건을 고발하고 근로지원인 서비스 부당 이용에 문제를 제기한 점이 배경으로 언급됐다.

 

법원은 또한 육아휴직 만료일 다음 날부터 복직일까지 매월 265만4030원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면직 이후 다른 직장에서 얻은 소득 일부는 공제했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은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뿐만 아니라, 장애를 이유로 한 근로지원 배제까지 동시에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출산·육아와 장애 사유를 빌미로 한 불리한 처우는 현장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관행”이라며 “이번 판결은 인권 침해적 고용 관행에 경종을 울린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