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랑, 신부님 각자 보증 인원은 못 채워도 전액 결제하셔야 합니다.”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20대 예비 신부 A씨는 경기도의 한 웨딩홀에서 가계약을 진행하며 이 같은 안내를 받았다. 당초 전화 상담에선 “하객 합산 200명만 채우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정작 계약서에는 신랑과 신부가 각자 100명씩 보증 인원을 채워야 한다는 ‘각보증’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최근 일부 웨딩홀에서 결혼식 식대를 신랑과 신부가 개별 하객 수 기준으로 나눠서 책임지는 '각보증' 계약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 방식은 전체 하객 수가 보증 인원을 충족해도 한쪽이 기준 인원을 못 채우면 그 차액을 그대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보증 인원 200명을 신랑·신부 각 100명씩 나눠 계약한 경우, 결혼식 당일 신부 하객이 150명, 신랑 하객이 50명이라면 신부는 150명분, 신랑은 여전히 보증 인원 100명분의 식대를 결제해야 한다. 총 하객 수는 200명임에도 식권은 250명분의 식권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A씨는 불합리한 계약 조건에 불만을 느꼈지만, 예식장 위치, 식사, 홀 분위기 등을 고려해 계약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식대 보증 인원은 예식일 기준 3~4주 전에 확정해야 하는 구조였다.
이처럼 각보증 조항이 처음부터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계약 후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억울해서 글을 올린다”며 피해 사실을 공유한 사례도 있다. 해당 글 작성자는 “결제 방식을 반반으로 할 것이냐는 웨딩홀 직원의 전화가 각보증 계약 전환이었고, 사전 설명도, 계약서 수정도 없었다”며 결국 오지 않은 하객 10명분의 식권 비용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각보증 계약에 대해 예비부부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A씨는 “이런 방식 자체가 웨딩홀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만들어낸 꼼수로 느껴져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내년 2월 결혼 예정인 또 다른 예비 신부 B씨도 “예비부부 돈을 뺏기 위한 기발한 상술이라고 본다”며 “이런 방식이 일반 관행처럼 굳어질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웨딩홀 측은 “신랑·신부가 나눠서 보증할지, 합산할지 직접 선택하면 되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한 웨딩홀 관계자는 “반반으로 꼭 나눌 필요도 없고, 몇 명씩 보증할지는 신랑·신부가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표준 약관에는 각보증 계약을 제재할 수 있는 항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고, 한국소비자원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한 통계는 별도로 집계하지 않으며, 개별 피해 접수를 통한 구제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희정 법률사무소 로유 변호사는 “각보증은 예식장 측에 유리한 특약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러한 특약은 사전에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계약 당시 소비자에게 각보증 조항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고, 그 내용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면, 이는 약관규제법상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준 약관에 없는 별도 조항일 경우, 개별 약정으로 간주되는데, 이때 소비자의 사전 동의가 있었는지, 충분한 고지가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라며 “피해가 발생했다면 계약서, 녹취 등 증거를 확보해 소비자원이나 공정위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