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상대방 계정을 차단해 알림을 받지 못하더라도, 멘션 기능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게시한 경우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SNS 플랫폼 엑스(X·구 트위터)에서 피해자의 계정을 멘션(@아이디 언급 기능)하며 “성고문하자” 등 성적 혐오와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서 A씨 측은 “피해자가 A씨 계정을 차단했기 때문에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에게 글이 도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멘션을 통한 행위 자체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이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멘션으로 특정 계정을 지목하더라도, 피해자가 사전에 해당 계정을 차단한 경우 알림이 전달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A씨 계정을 차단했으므로 글이 전달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가 별도의 검색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글을 인식할 수 없었다”고 보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도달’의 의미를 보다 넓게 본 것이다. 재판부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원치 않는 성적 표현을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도달한다는 것은 실제로 읽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멘션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글을 게시했다면 피해자가 별다른 제한 없이 이를 접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므로 도달 요건이 충족한다고 봐야 한다"며 "상대방이 실제로 그 글 등을 인식·확인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설령 피해자가 차단 상태였더라도 멘션이 게시판에 노출된 이상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볼 수 있고 이로써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죄)은 성립했다"며 "그 이후 피해자가 무슨 이유에서든 A 씨의 X 계정을 검색해 게시글을 보게 됐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