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상담소] 피해에 비해 형량 높은 ‘자동차 보험사기’ 실무 대응 전략은?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자동차 보험사기’ 사건에 관해 다뤄보려 합니다.

 

보이스피싱이나 리딩방 사건에 비해 구속률이 특히 높은 사건은 아니지만, 제가 변호사로 활동한 지난 십여 년 동안 꾸준히 맡아온 사건이기도 하고 상담 의뢰도 많이 들어오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기 사건을 두고 제가 늘 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참 가성비 안 되는 범죄’라고 하는데요, 대부분의 재산범죄가 경제적 이유, 즉 돈 때문에 하는 건데 보험사기 사건은 당사자가 실제로 얻는 이익은 크지 않은 반면 형량은 참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그래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이런 사건에 연루된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 이 될 만한 법률 조언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글이 독자분들께서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른 변론 방향을 찾는 데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저는 지금 자동차 보험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1심에서는 “운전 습관이 다소 과격하고 부주의해서 사고가 난 것이지 절대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엔 아무 증거가 없는 것 같아서 계속 무죄를 주장해 보고 싶은데,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 질문자뿐만 아니라 저를 찾아오시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십니다.

다른 로펌에서는 무죄를 다퉈보자고 하는 경우도 많고, 질문자분 역시 “무죄를 받게 해주겠다”고 해서 변호사를 선임했을 텐데,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의견을 드리는 편입니다. 당사자는 “증거가 없다”고 하시지만 진짜로 증거가 없는 게 아닐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법리적인 관점에서 이 사건이 어떻게 판단되는지 아실 수 있도록, 실제 판결문 문구를 그대로 소개해 드립니다.

 

대법원은 “실제 일어난 교통사고를 이용하는 보험사기죄의 경우 피고인의 고의성을 제외한다면 외면상으로는 실제 우연히 발생한 사고와 다를 것이 없으므로, 그 내면의 사정에 불과한 고의성 내지 편취의 범의 등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한 결국 사고의 발생 경위와 그 피해 정도, 피고인의 성행과 전력, 수법, 횟수와 그 빈도, 사고 전후의 피고인의 언행, 피고인의 이득액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쉽게 말해,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과실 비율이 ‘10대 0’으로 인정되고 보험금도 정상적으로 지급되었다고 해도, 판사가 여러 건의 사고를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충격의 정도와 부위, 사고 경위가 지나치게 유사하거나, 상대방 차량이 명백히 위법하게 운전했는데도 경적이나 상향등 같은 경고 조치가 전혀 없었다면, 이러한 정황만으로도 충분히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질문자분의 사고 경위를 제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여러 건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부자연스러운 정황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충분히 제출되어 있다면, 말씀하신 주장을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Q. 저는 얼마 전 조사를 받다가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사건이 아직 재판으로 넘어가진 않았고 현재 검찰 조사 중에 있는데요, 저 혼자만 한 건 아니고 지인이나 SNS를 통해 구한 사람들끼리 운전자, 동승자를 바꿔가며 사고를 낸 건입니다.

 

지금 모두가 고의로 사고 낸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상황인데, 그러면 증거가 없지 않나요?

 

A. 이 질문 역시 앞선 사례와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답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공범이 많은 사건에서는 추가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어 그 부분만 보태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위 ‘보험빵’ 사건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단독으로 저지른 보험사기보다 처벌 수위가 훨씬 높게 책정됩니다.

 

이런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있는데, 먼저 주범이나 가담 정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피의자에게 영장을 청구해 구속시키고, 이후 한 명씩 불러 조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가담 정도가 낮고 연결 고리가 약한 사람을 따로 불러내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때 수사기관은 해당 피의자를 상대로 강도 높은 압박 수사를 합니다. “계속 부인하면 너도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등의 말을 흘려가면서요.

 

가담 정도가 높은 피의자는 자백해서 구속되나 그냥 구속되나 어차피 이판사판(理判事判)이니 쉽게 입을 열지 않지만, 연결고리가 약한 피의자는 상황이 다릅니다.

 

심리적으로 흔들려 결국 사실을 털어놓게 되고, 수사기관은 그 진술을 근거로 다음 피의자를 불러 “이미 A 씨는 다 말했다”라며 압박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결국 모든 진술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다른 부분도 검토를 해야겠지만, 일단 질문자분께서 구속된 상황에서 남은 공범들의 진술이 과연 끝까지 통제될 것인가를 냉정하게 따져보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피의자들은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했는데, 본인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독박을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을 주의할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Q. 안녕하세요, 저는 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경찰, 검찰 조사를 받을 때부터 대부분의 교통사고가 운전하면서 휴대폰 화면을 보느라 전방 주시 의무를 해태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소명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보다가 사고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판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실제로 질문자분처럼 휴대폰 화면을 보느라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다퉈볼 여지는 있습니다만, 리스크 판단을 돕기 위해 유사 사안의 하급심 판결 취지를 소개합니다.

 

“설사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여도, 반복된 유사 사건 발생의 경위와 빈도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은 적어도 사고가 나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에 따라 운전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취지를 감안하면 질문자분의 주장만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위험하고, 검사가 제출한 다른 유죄 증거들을 반드시 꼼꼼하게 탄핵하셔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자동차 보험사기 사건과 관련하여 제가 자주 받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무조건 잘 된다’는 홍보용 내용은 빼고, ‘실무에서 자주 다뤄지는 쟁점’을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데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실제로 겪는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중심으로 차분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라며 이만 글을 맺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