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수사기관 통신이용자 정보, 법원 허가 절차 도입해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이용자 정보를 취득할 때 법원 허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10일 인권위에 따르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 등에 단순히 ‘요청’만 하면 성명,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해지일 등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78년부터 시행되어 왔으며, 2012년 이후 법원 허가 절차 도입 등 제한을 위한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1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인적 사항까지 수집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수사에 활용되면서 개인의 행동 패턴, 사회적 관계, 정치 성향 등 민감 정보까지 파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국회의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하며, ▲법원 허가 절차 마련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 정보 제한 ▲취득 정보 폐기 ▲목적 외 사용 금지 ▲비밀 유지 의무 등 사후 관리 규정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 개정 전이라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민감정보 제공 제한 △취득 정보 폐기 △목적 외 사용 금지 △비밀 유지 △정보공개 확대 △가이드라인 수립 △기관 자체 심사 절차 마련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한 이용자 정보 현황을 적극 공개하고, 제도의 체계적 운영을 위해 ‘통신이용자 정보 제공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방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에게는 요청 시 기관 자체 사전 심사를 거쳐 최소한의 정보만 요청하는 내부통제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문제 제기는 이어져 왔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년 최종견해에서 영장 없는 통신이용자 정보 제공 제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법 개정을 권고했다. 2017년에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영장 없는 개인정보 수집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서를 우리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