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보 알려준 경찰…공무상 비밀누설죄 해당할까?

대법, 형식적 비밀만으로는 처벌 안 돼
정보 보호가치·위험성 종합 고려해야

 

경찰이 고소인에게 피고소인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수사결과보고서 작성 여부를 알려줬더라도, 이는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수뢰후부정처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경찰 김 모 경감과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직폭력배 송 모 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1년을 선고한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누설된 내용이 법령상 ‘직무상 비밀’에 해당해야 하고, 그 비밀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어야 한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198조도 수사기관 공무원에게 수사상 비밀 엄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1심 법원은 김 경감의 뇌물수수와 부정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수사결과보고서 작성 여부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수사 정보라는 점에서 형식적 의미의 비밀에 해당한다”면서도 “이 같은 정보가 고소인에게 전달된다고 해서 수사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사결과보고서의 ‘작성 여부’만 알려준 것에 대해 “이는 단순히 피고소인의 신병처리를 추측하게 하는 정황에 불과하고, 그 자체를 독자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항소심도 같은 취지로 무죄를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공무상 비밀누설죄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민 유정화 변호사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서 말하는 ‘비밀’은 형식적 분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정보, 그리고 누설될 경우 국가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정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2024도169831 판결에서도 법원은 경찰관이 수사 진행 상황을 특정 민원인에게 알린 행위에 대해 “형식상 비밀에 해당하더라도 국가기능 침해 위험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또한 2024도145962 사건에서도 “공무원이 알린 수사 관련 사실이 수사의 본질적 기능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성립을 부정한 바 있다.

 

유 변호사는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밀’이라는 형식적 외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해당 정보가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고 국가 기능에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