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을 한 달여 앞두고 호텔·예식장이 일방적으로 예식을 취소한다면 손해배상 책임은 어디까지 인정될까.
최근 광주 서구의 한 대형 호텔·예식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예식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예비부부가 피해를 호소했다.
28일 예비 신랑 A 씨는 “한 달여 뒤 결혼식을 앞두고 호텔 측으로부터 ‘예식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청첩장까지 다 돌린 상황에서 예고 없이 모든 준비가 무너져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해당 예식장은 광주 상무지구에 위치한 B 호텔로, 2021년 700억 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웨딩홀과 호텔을 지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와 경영난으로 대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신탁사는 대출 미상환을 이유로 영업정지 가처분과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법원이 강제집행에 나서면서 호텔 측은 예식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호텔 측은 “예정된 예식만이라도 진행할 수 있도록 신탁사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신탁사는 “법원의 명도 판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영업금지 가처분도 내려진 상황에서 더는 예식을 허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호텔 측의 채무불이행 책임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경영상 어려움은 불가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예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호텔의 귀책사유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16년 7월 선고한 판결(2015가단27177)에서 예식장이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지 못해 영업을 중단한 사건에 대해 운영자의 귀책을 인정하고 7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한 바 있다. 이번 사건 역시 PF 대출 상환 실패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에서, 호텔이 예식 예약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예비부부는 계약 해제와 함께 이미 지급한 계약금 전액 반환을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의 귀책으로 계약이 무산된 만큼 계약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청첩장 재인쇄 비용, 신혼여행 취소 위약금, 대체 예식장 예약 차액 등 특별손해와 결혼식 직전 취소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따른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반면 신탁사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탁사가 법원의 판결에 따른 담보권 집행을 진행한 것이므로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집행 과정에서 불법적인 영업 방해가 있었다면 일부 책임이 인정될 수 있으나, 이번 사안에서 성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해석이다.
배 변호사는 “호텔이 신탁사 집행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려 해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 예비부부는 계약서, 이체 내역, 청첩장 등을 확보해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계약금 반환과 손해배상, 위자료 청구 등 권리 구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