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삼청교육대 피해자 소송 상소 포기…‘국민이 주인인 나라’

전국 법원 639건 계류…피해자 2045명 참여
정부 상소 포기 방침에 사건 처리 속도 주목

 

정부가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과 관련해 더 이상 법적 다툼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 이미 진행 중인 항소심과 상고심 사건에서는 국가가 제기한 상소를 취하하고, 앞으로 선고되는 1심 판결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항소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28일 “현재 2심과 3심 단계에서 진행 중인 사건은 국가가 제기한 상소를 원칙적으로 취하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선고될 1심 사건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소를 제기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거나 개별적인 법률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예외적으로 별도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1980년 군사정권 시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계엄 포고 제13호를 근거로 대규모 단속을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약 3만9000명이 군부대에 설치된 교육대로 강제 이송돼 이른바 ‘순화교육’과 강제 노동을 받았고 보호감호 형태의 수용 생활도 이어졌다.

 

수용 과정에서는 폭행과 가혹행위, 강제 노역 등이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약 50명이 사망하는 등 중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관련 국가배상 소송은 전국 법원에서 다수 진행 중이다. 법원에 계류된 사건만 639건에 달하며 피해자 2045명이 소송에 참여한 상태다. 이 가운데 1심 사건이 430건으로 가장 많고 항소심은 178건, 상고심은 30건이다.

 

소송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에 접어든 상황에서 재판 절차가 계속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결정을 직접 설명했다. 정 장관은 “삼청교육대 사건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라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국가의 상소로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 길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상소 취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45년 전 국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기본 책무인 만큼 국가 폭력 피해에 대해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번 조치가 과거 국가 폭력 사건에 대한 정부의 사법 대응 방식 변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형제복지원 사건과 선감학원 사건에서도 정부가 상소를 일괄 포기한 바 있으며 삼청교육대 사건은 그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이번 방침은 개별 민사 사건에서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소송 행위인 ‘상소 취하’ 또는 ‘불항소’를 통해 분쟁을 조기에 종결하려는 정책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민사소송법 제393조에 따르면 항소가 취하되면 항소 제기가 없었던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해 1심 판결이 확정된다.

 

실제로 삼청교육대 관련 국가배상 책임은 다수 판결에서 인정된 바 있다. 법원은 계엄포고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고 영장주의와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계엄포고 자체를 무효로 보고 그 발령과 집행 과정의 국가 작용을 위법하다고 판단해 왔다.

 

정부가 상소를 취하하거나 항소하지 않을 경우 해당 사건의 판결은 비교적 빠르게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손해배상금 지급을 위한 집행 절차로 조속히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무부가 “개별 쟁점이 있는 사건은 예외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모든 사건이 일괄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피해 사실의 인정 범위나 당사자·상속 관계, 기존 보상금과의 관계, 소멸시효 문제 등은 사건별로 별도의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권리 회복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유사한 과거사 사건에서도 피해 회복과 권리 구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