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사기 30억…특경법 사기 적용 기준은

피해액 아닌 ‘이득액’ 기준…
포괄일죄 여부가 핵심 쟁점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를 미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사건에서 법원이 중형을 유지하면서, 일정 금액 이상 사기 범죄에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의 적용 기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6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광주 지역에서 다가구주택 신축 등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뒤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피해자 6명으로부터 약 30억6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결과 A씨는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먼저 고가의 선물을 건네며 접근한 뒤 사업 인허가 비용이나 개발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에 참여하면 단기간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줄 수 있다고 설명하거나 고급 스포츠카와 다가구주택 제공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당한 개인 채무를 안고 있었고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자금도 사업에 사용되지 않은 채 상당 부분이 다른 용도로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과의 신뢰 관계를 이용해 거액의 금전을 편취했다”며 “고가의 선물을 제공하며 재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고 투자를 유도한 점에서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자금 상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말을 신뢰하고 투자를 결정한 측면도 있다”며 이러한 사정을 양형 판단에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처럼 사기 범죄로 얻은 이익이 일정 금액을 넘을 경우 형법상 사기죄가 아니라 특경법상 사기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특경법 제3조는 사기 등 범죄로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형을 가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으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다만 특경법 적용에서 중요한 기준은 단순히 피해액 총합이 아니라 ‘이득액’의 산정 방식이다.

 

대법원은 특경법상 이득액은 단순일죄의 이득액이나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경우 그 합산액을 의미하며, 경합범으로 평가되는 여러 범죄의 이득액을 단순 합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0도1899 판결)

 

이에 따라 투자사기 사건처럼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 각 피해자별 범죄 단위와 이득액 산정 방식에 따라 특경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부동산 투자사기나 유사 투자 사건에서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아 특경법 적용 여부가 ‘이득액 산정’과 ‘범죄 단위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범행 기간과 방법, 피해자별 기망 내용의 동일성 등이 포괄일죄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검토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특경법상 사기 사건에서는 단순히 피해액 총액이 아니라 ‘이득액’을 어떻게 산정할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곽 변호사는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각각 기망행위를 한 경우에는 피해자별로 별도의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어 단순 합산으로 특경법 적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반대로 동일한 범의 아래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범행으로 포괄일죄가 인정되면 전체 금액을 합산해 특경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사기 사건에서는 범행 기간, 기망 방식, 피해자별 투자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범죄 단위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소사실에서 피해자별 금액과 범행 구조가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재판의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