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죄 성립하려면?... 법원은 ‘기억에 반한 진술이면 위증

위증죄 판단 기준은 ‘내용’ 아닌 ‘인식
객관적 허위보다 ‘주관적 인식’이 핵심

 

부동산 계약 과정에서 불법 사실을 매수인에게 알리지 않았음에도 법정에서 “사전에 설명했다”고 증언한 공인중개사가 위증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형사5단독 조국인 부장판사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A씨에게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동물 수목장용 토지 매매를 중개했다. 당시 해당 토지는 정식 허가 없이 불법 운영되고 있었지만, A씨는 이 사실을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이후 매수인이 불법 운영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자, A씨는 민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약 전에 수목장이 무허가 상태라는 점을 매수인에게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진술을 믿지 않았다.

 

재판부는 “매수인과 관련 증인은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그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매매계약서에도 불법성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고, 피고인 역시 수사 과정에서 ‘수목장 허가는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결국 법원은 A씨의 법정 증언을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로 판단했다.

 

형법 제152조 제1항은 “법률에 따라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고 해서 모두 위증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위증죄는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자기의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라며 “그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위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8.12.13. 선고 88도80 판결). 위증죄 성립의 핵심은 ‘증인이 자신의 기억과 다름을 알면서도 허위로 진술했는지’ 여부다.

 

또한 증인이 신문 중 스스로 허위 진술을 정정하거나 철회한 경우, 또는 진술의 표현이 다의적이어서 해석이 분분한 경우에는 위증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처럼 위증 판단은 진술의 내용 자체보다도 진술 당시 증인의 인식과 의도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국가의 사법기능을 침해한 범죄”라고 지적하면서도, “허위 증언이 관련 민사소송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했다.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는 “위증죄는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 핵심”이라며 “법원이 증언의 진실 여부보다 증언자의 인식과 의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