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이 이미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외교부와 공공기관에 신원심사 및 인사관리 기준을 명확히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17일 외교부 장관에게 “신원 특이자 부적격 기준을 객관적이고 일관되게 심사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각 공공기관에도 “실효된 전과로 인한 채용 배제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사관리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A씨가 지난 2023년 한 재외 대한민국총영사관의 관저요리사 직무에 합격 예정자로 선정됐으나, 신원조사 과정에서 10여 년 전 벌금형 전과가 확인돼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는 진정을 수용한 것이다. A씨는 2013년 업무방해죄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영사관 측은 “관저요리사는 보안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재외공관 근무이므로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씨의 과거 범죄가 ‘재외공관 관저요리사 운영지침’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이미 법적으로 형의 효력이 사라졌다는 점을 들어 차별로 판단했다.
또 다른 사례로, 공공기관 운전원 채용에 지원한 B씨도 2019년 배임증재죄로 벌금 1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최종 탈락했다. 이 역시 형이 실효된 이후의 불이익 조치로, 인권위는 동일하게 차별이라고 봤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형실효법) 제7조 제3호는 벌금형의 경우 선고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형이 실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 조항을 근거로 “실효된 전과는 법적 결격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형이 실효된 이후까지 과거 범죄 이력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인권보장 원칙에 반한다”며 “공직 및 공공부문에서의 공정한 기회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