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역서 ‘No Kings’ 시위…“트럼프, 민주주의 위협”

워싱턴·뉴욕 등 수만 명 운집…“왕은 없다” 구호 외쳐
“법원 무시·이민자 추방·군 투입은 제왕적 행태”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 2천여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휴스턴 등 주요 도시에 수만 명의 시민이 몰려 “미국에 왕은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민주주의 수호를 촉구했다.

 

20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워싱턴 의사당 앞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백악관 방향으로 행진을 벌였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일대에도 시민 수만 명이 운집해 “1776년 이후 왕은 없다”, “우리의 마지막 왕은 조지였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7번 애비뉴를 따라 행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치안 유지 명목의 군대 투입, 이민자 대규모 추방, 언론 및 대학 내 반정부 인사 탄압, 사법부 판결 무시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제왕적 통치를 시도하는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이번 시위는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약 2500건의 집회로 동시에 진행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집회를 조직한 ‘인디비저블(Indivisible)’의 공동 창립자 리아 그린버그는 “‘왕은 없다’는 구호야말로 미국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우리는 왕을 두지 않았고, 평화적 시위를 통해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DC에서는 노란색 옷과 두건을 착용한 시위대가 비폭력 저항과 민주주의 상징을 내세웠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풍자한 인형과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시위 현장은 축제 분위기를 띠었다. 뉴욕 경찰은 타임스스퀘어부터 14번가까지 도로를 전면 통제하며 대규모 행진에 대비했다.

 

‘노 킹스’ 시위는 미국 내에서뿐 아니라 유럽 주요 도시로도 확산됐다. 런던, 베를린, 파리, 로마, 마드리드 등지에서도 시민들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연대 시위를 열고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구호를 외쳤다.

 

미 민주당 주요 인사들도 시위를 지지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의 ‘노 킹스’ 시위는 미국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라며 “우리는 국민이 주권자인 국가”라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번 시위는 ‘미국 증오 세력’의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며 “하마스 지지자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예산 협상을 일부러 늦추고 있다”며 “그들은 나를 왕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더했다.

 

한편 ‘노 킹스’ 시위는 지난 6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전국 동시 집회로, 당시에도 500만 명 이상이 참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