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 내용이 다르게 적혔다면…진술 오류 대응법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진술’을 주제로 독자분들께서 자주 궁금해하시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수사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피의자 또는 피고인 신분으로 진술해야 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있습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해야 해서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진술을 강요받는 듯한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진술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그리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말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해 보았으니 꼼꼼하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이 진술 과정에서 혼란을 느끼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저는 얼마 전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부양해야 할 가족들도 있고 피해자와 합의를 할 계획도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말했더니 수사관이 제 얘기를 잘 안 들으려고 합니다. 물어보는 질문에만 대답하라고 하고, 또 계속 말을 끊기도 해서 정작 제가 어필하고 싶은 부분은 다 진술을 못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조사받을 때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못했다는 하소연은 제가 정말 자주 듣는 말씀이기 때문에, 질문자님의 답답한 심정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진술’인데, 이를 제대로 못 했다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수사기관에서 이처럼 진술을 끊어가며 빡빡하게 구는 이유는, 그들의 본질적인 업무가 ‘수사’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찰과 검찰의 존재 이유는 ‘피의자에게 정말로 혐의가 있는지’를 확인하여, ‘사건을 재판으로 넘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에는 수사기관도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경찰 단계에서는 최대 10일, 검찰 단계에서는 최대 20일이라는 법정 구속기간 안에 모든 조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통상적으로 혐의와 직접 관련된 부분만 신속히 확인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건의 전후 사정이나 피의자에게 유리한 설명 등, 혐의 판단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은 충분히 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때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분은 의견서 형태로 정리해서 제출하거나 재판에서 진술하면 됩니다. 판사는 단순히 유무죄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벌의 정도를 결정하는 ‘양형’ 판단을 하게 됩니다. 즉 수사단계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개인적인 사정들은 재판 단계에서 주장하여 ‘양형 사유’로 반영되도록 하면 됩니다.

 

질문자분께서 말씀하신 부양가족 문제나 피해자와의 합의 계획은 양형과 관련된 사유이므로, 재판 과정에서 진술해도 되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양형 사유도 재판부가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와 그렇지 않은 요소가 있고, 피고인 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생각한 내용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정확히 판단하고 안내하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이므로,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만약 양형 사유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혐의와 관련된 내용인데 미처 진술을 다 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필요한 조치를 해두어야 합니다. 수사부터 재판까지 일관되게 진술해야 주장에도 힘이 실리므로, 미처 못한 진술은 추가 조사를 요청하거나 반드시 의견서를 제출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판사도 피고인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Q. 저는 지금 사건이 기소되어 재판 날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한 게 맞아서 달게 처벌을 받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공소장을 받아보니 제가 진술하고 인정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뒤늦게 증거기록을 확인해 보니 조서에도 제가 진술한 것과 다른 내용이 적혀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조사를 받고 나서 조서를 꼼꼼하게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진술한 내용과 전혀 다른 취지로 작성되어 있다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는 조서가 녹취록처럼 피의자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수사관이 진술을 요약·정리하여 남긴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진술의 의도가 왜곡될 수 있는 겁니다. 말투나 억양이 살아있는 진술과 달리, 조서는 평면적인 글자로만 남기 때문에 사소한 표현의 차이로도 의미의 간극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를 마친 뒤 조서를 열람·확인하는 절차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자기 방어권의 핵심 절차임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조서를 읽은 뒤 서명 및 무인했다면, 판사들은, ‘피의자 본인도 사실대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해석하므로 반드시 신중하게 읽어보시고 서명해야 합니다.

 

조사가 길게 이어지면 피로감 때문에 수십 장에 이르는 조서를 대충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신조서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고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끝까지 꼼꼼히 읽고 진술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은 수정 요청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질문자분과 같이 이미 서명, 무인까지 마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경우에도 바로잡을 방법은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제출할 때, 증거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부동의(내용부인)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재판에서는 피고인 신문을 통해 판사 앞에서 다시 진술할 기회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질문자께서는 내용부인을 통해 조서가 증거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 의견서로 보충하거나 피고인 신문을 신청하여 사실관계와 맥락을 차분히 정리해 전달하셔야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조서에 잘못 기재된 것은 없습니다. 조사를 받을 때 너무 긴장해서 잘못 얘기한 부분이 있는데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수사 때 말한 내용과 재판에서 말하는 내용이 다르면 불리하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재판에서 다르게 얘기하면 안 되는 건가요?
 

A. 수사 과정의 진술은 대체로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조사 자체가 주는 압박감이 무척 크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게 말하거나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 재판이 시작된 뒤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하면 주변에서 “말을 바꾸면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진술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불리하게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진술이 바뀌었느냐’보다 ‘어떤 진술이 더 믿을 만한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이때 재판부는 진술의 일관성뿐 아니라 그 내용이 객관적인 정황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즉 진술이 바뀌었더라도 그 이유와 정황이 합리적이라면, 오히려 나중의 진술이 더욱 신빙성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사 단계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을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새롭게 진술한다면, 그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진술이 지나치게 자주 바뀌거나,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바꾸는 모습을 보인다면 재판부는 신빙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따라서 진술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다면, 전문가와 함께 충분히 검토해보시고, 그 이유와 경위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드립니다.

 


 

지금까지 ‘진술’과 관련해 독자분들께서 자주 주신 질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무시하려 하는 경우라든가 피의자 본인이 한 말이 조서에 다르게 기재되어 있는 경우, 또 조사 때 한 진술을 재판 단계에서 바꾸고 싶은 경우에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살펴보았는데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반드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으니, 꼼꼼하게 따져가며 누락되는 것 없이 진행할 것을 권유드립니다.

 

진술은 사건을 시작하는 출발점이자 마지막까지 남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신중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글도 현재 수사와 재판을 받고 계신 분들께서 변론 방향을 잡고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언제든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