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이치 사나에, 첫 여성 총리 취임…‘강경보수 연정’ 출범

유신회와 손잡고 총리로 선출
소수여당 출발에 국정 난항 예고
야스쿠니 참배·개헌 추진 등
보수노선에 한일관계 파장 전망

 

일본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21일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그러나 연정 파트너 교체와 소수여당 체제 속에서 국정 운영의 불안정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이날 중의원 본회의 총리 지명선거에서 237표를 얻어 과반을 확보했다. 이로써 일본은 1885년 내각제 도입 이래 104번째 총리이자 첫 여성 총리를 배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새 내각을 출범시켰다.

 

다카이치 내각은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이탈한 뒤, 강경보수 노선을 표방하는 일본유신회와 손잡아 구성됐다. 다만 유신회는 ‘각외 협력’ 형태로 참여해 실질적인 내각 입각은 하지 않기로 하면서, 자민당 단독 운영에 가까운 불안한 연정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카이치 내각은 유신회의 요구를 폭넓게 수용해 의원 정수 10% 축소와 정치자금 개혁 등 민감한 사안을 약속했지만, 자민당 내 반발이 심하다”며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10선 중진 의원으로, 경제안보 담당상·총무상 등을 지냈다.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강경보수적 성향과 역사·안보 이슈에서의 매파적 입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야스쿠니신사를 꾸준히 참배해 왔으며, 개헌과 방위력 강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번 내각 구성 역시 보수 색채가 뚜렷하다. 그는 기하라 미노루 전 방위상을 관방장관에,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을 외무상에 기용할 방침이다. 자민당 내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은 방위상으로, 하야시 요시마사 의원은 총무상으로 발탁될 전망이다.

 

다만 자민당(196석)과 유신회(35석)를 합쳐도 중의원 과반(233석)에 2석이 부족하고, 참의원에서도 과반에 미달해 향후 법안 처리와 예산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가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임 이시바 내각이 한일 협력 기조를 유지했던 것과 달리, 다카이치 총리는 역사·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발언을 이어온 인물이다. 아사히신문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연정이 교체되면서 일본 정부의 보수 노선이 한층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물가 대응책과 경기 부양책을 서둘러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재정 확장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내각은 총사직했다. 작년 10월 취임한 이시바 전 총리의 재임 기간은 386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4번째로 긴 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