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약 5개월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을 다시 끌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겨냥한 ‘존재감 과시용’ 도발로 분석된다.
2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 10분께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다. 군은 추가 도발에 대비해 감시·경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미·일 3국 간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 중이라고 밝혔다. 발사체는 동해상이 아닌 내륙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이번 발사가 지난해 9월 시험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당 기종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개량한 모델로, 탄두 중량을 4.5t까지 늘린 고위력 미사일이다. 이번 발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이자, 올해 들어 다섯 번째 도발이다.
특히 이번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불과 며칠 앞둔 시기다.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이 외교 무대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시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선택한 것은 대남 압박 신호이자, 향후 미국과의 협상 국면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북한은 앞서 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한 바 있다. 조만간 해당 기종의 시험발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핵무력 국가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한반도 정세가 다시 불안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대내적으로는 군사력 과시, 대외적으로는 정상회담 의제 선점을 노린 복합적 행보로 풀이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북한이 어떤 ‘다음 수’를 꺼낼지가 향후 외교·안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