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해임만으론 계약 위반 아냐”…어도어 손 들어준 1심, 이유는?

대표 해임 계약 위반 아냐…민희진 지정 조항 없어
法 “민희진, 뉴진스 부모 앞세워 여론전 준비해”
뉴진스 측 “신뢰 이미 파탄나”…즉각 항소 방침
어도어 “재판부에 감사…앨범 발매 준비 마쳐”

 

하이브(HYBE) 산하 기획사 어도어(ADOR)가 걸그룹 뉴진스와의 전속계약 분쟁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민희진 해임만으로는 계약이 위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속계약이 유효하다고 봤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은 2022년 4월 21일부터 2029년 7월 31일까지다.

 

지난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정회일)는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민사소송의 특성상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뉴진스 멤버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뉴진스는 “하이브의 경영진 교체 이후 부당한 처우를 겪었다”며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해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전속계약이 해지됐다고 선언했다.

 

뉴진스 측은 “계약 위반에 대한 귀책사유가 하이브와 어도어에 있으므로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어도어는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뉴진스의 독자적 활동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뉴진스 측은 이에 이의신청과 항고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전 대표이사가 해임된 것은 채권자의 경영권 등을 두고 발생한 갈등으로 이 갈등으로 뉴진스와 어도어간의 신뢰 관계가 파탄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뉴진스에 대한 활동중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한 항고를 기각했다.

 

이번 본안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는 사정만으로 뉴진스를 위한 매니지먼트에 공백이 발생했고, 어도어가 그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나 능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전속계약 어디에도 ‘민희진에게 뉴진스 매니지먼트를 맡긴다’는 취지의 조항이 없고 멤버들의 개인적 신뢰만으로 대표이사 지위를 보장하는 중대한 의무가 도출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법원은 뉴진스 측의 ‘어도어 의무 불이행’ 주장을 민 전 대표의 ‘사전 작업’ 결과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민희진은 뉴진스 부모들을 내세워 ‘하이브가 뉴진스를 부당하게 대했다’는 여론을 조성했고, 하이브로부터 어도어를 독립시키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하는 등 여론전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반 밀어내기 시정은 중요치 않고 하이브의 행위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피고를 보호할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사건 전속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피고인들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을 강제해 피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뉴진스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입장문을 발표하며 “멤버들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이미 신뢰관계가 완전히 파탄난 현 상황에서 어도어로 복귀해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이어가기는 불가능하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민법 제544조는 “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독촉하고 그 기간 내 이행이 없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대표이사 특정’이 전속계약 위반인지 ▲소속사의 인사 변동으로 매니지먼트 이행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는지 ▲신뢰관계가 파탄나 계약을 이어갈 수 없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법조계는“전속계약서에 특정 인물이 반드시 대표이사나 프로듀서로 유지돼야 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으면 계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소속사 인사 변동 후에도 앨범 발매와 팬미팅 준비가 진행됐다면 객관적 매니지먼트 의무는 이행된 것으로 본다”며 “이행지체나 불능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신뢰관계 파탄 주장에 대해서도 “민 전 대표가 주도한 사전 여론전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어도어의 중대한 귀책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민법 제544조에 따른 계약 해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결국 민법 제544조에 따른 계약 해제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뉴진스 측이 항소 의사를 밝힘에 따라 재판은 항소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항소심에서는 ‘신뢰관계 파탄’ 여부가 다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는 “재판부가 신뢰관계 파탄으로 전속계약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허용돼선 안 된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당사는 정규 앨범 발매 등 활동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