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상담소] 구속 재판 과정 중 혼란스러울 수 있는 세 가지 상황은?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보통은 비슷한 주제로 묶어서 정리해 드렸는데, 그러다 보니 계속 답변이 늦어지는 질문들이 있어서 이번에는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투리 질문들을 모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서신을 통해 직접 질문을 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드리는 답변들이 그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덜어드리고,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공범 중 일부는 불구속 상태인데, 저는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제 형량이 더 무거워지게 되는 건가요? 재판부가 구속된 피고인에게 더 중한 형을 선고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A. 안에서 지내시면서 여러 가지 불안한 마음이 드실 것 같습니다. 먼저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드리면, 구속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형량이 더 무겁게 선고되지는 않습니다. 수사단계에서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되는 것은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판단으로, 유무죄 판단이나 형의 경중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구속 상태에서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외부와의 소통이 자유롭지 않고, 증거 수집, 자료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에 방어권 행사에 제약이 생길 수 있겠죠. 이런 약점이 충분히 보완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구속 여부’ 자체가 불리한 것이 아니라 ‘구속된 상태에서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불리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형을 정할 때 구속 여부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범행 가담 경위, 반성의 정도, 피해 회복 여부, 재범 방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오히려 구속된 상태에서 성실히 재판에 임하고,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공범보다 더 가벼운 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구속 상태라고 해서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준비를 차근히 이어가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재판에 일관된 태도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제가 자주 말씀드리는 미결구금일수, 즉 ‘밑동’을 채운다는 측면에서도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것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조언을 덧붙입니다.

 

 


 

Q. 변호사님, 저는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중인데, 이번에 또 다른 추가 사건이 드러나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건이 병합되어 재판을 받을 수도 있나요? 병합을 못 하면 형량을 많이 받게 된다고 하던데, 주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서 많이 혼란스럽고 걱정됩니다.

 

A. 병합과 관련된 질문은 제가 정말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데 뒤늦게 수사가 시작된다면 누구라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각형을 받으면 무조건 불리하다”, “병합해야 형량이 줄어든다” 등등의 여러 말을 전하기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먼저 ‘병합 가능성’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추가로 조사받는 사건이 이미 재판 중인 사건과 동일하거나 포괄적으로 연결된 범행이라면 포괄일죄로 평가되어 기존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 절차가 이루어져 합쳐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건 병합과는 다른 개념이지요. 예를 들어 유사수신행위법위반죄 사건은 포괄일죄로 처리됩니다. 반면 범행의 대상과 수단 등이 다른 경우, 별개의 범행으로 평가되어 별개의 사건으로 진행됩니다. 사기죄가 그러하지요. 이 경우 새로 기소되는 사건을 기존 사건에 병합할 것인지는 법원의 판단에 따릅니다.

 

따라서 단순히 새로운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재판이 자동으로 병합되는 것은 아니며, 판사에게는 피고인을 위해 병합을 해줄 의무도 없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같은 심급에 있어야 병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아직 기소되지 않은 사건은 병합이 불가능하고, 1심 사건과 2심 사건을 병합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병합을 해야 한다면 추가 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에게 빠른 기소를 요청하고, 기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에게는 기일 연기를 부탁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병합이 무조건 유리한지’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병합의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재판의 절차가 하나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또 사건이 나뉘어 따로 재판받으면 각 사건마다 형이 선고되어 합산되기에 심리적인 부담을 더 크게 느끼시곤 합니다. 하지만 병합이 언제나 이득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이 마무리 단계라면 병합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고, 추가 사건의 내용이 기존 사건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사건이 병합되면 기록이 방대해지고 그만큼 쟁점도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방어권 행사에 부담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병합되지 않아 따로 재판을 받는 경우가 꼭 불리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별도로 진행되는 사건에서 다른 양형 사유를 부각시킬 수 있어 개별적으로 낮은 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사건의 구조와 기존 재판의 진행 속도 등을 고려하여 별개 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사건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병합했을 때 위험이 더 크진 않은지를 따져본 다음에 병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병합하면 무조건 형량이 적게 나온다”, 이 말은 틀린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재판에서 사건을 다루는 게 유리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분리된 채로 각 사건의 사정을 개별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보아야겠습니다.

 


 

Q.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고 형량이 꽤 나왔습니다.


그런데 항소하면 제가 반성하지 않는다고 재판부에서 안 좋게 보아 형량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됩니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맞을까요?

 

A. 생각보다 이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안에서 생활하면 사소한 것 하나도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깊이 체감하곤 하는데요. 답변을 드리자면, 누구나 1심 판결에 불복할 수 있고, 그 자체로 불이익을 받을 순 없습니다.


항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부가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항소를 했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항소심에서 보이는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 증거를 부정하거나 1심에서 이미 확정된 사실관계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나 공범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 임한다면 재판부는 이를 두고 진지한 반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심의 법리적 판단을 바로 잡기 위함이라거나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요소를 적절하게 제시하며 양형 부당을 주장하면 당연히 감형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즉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에는 항소심이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항소한다고 해서 재판부가 무조건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거나 형이 올라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항소심은 1심보다 사정을 폭넓게 살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잘 준비하여 형을 낮추거나 선처를 이끌어 낼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지레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계시는 독자분들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드렸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누구나 충분히 궁금해하실 수 있는 부분이기에, 질문자분들뿐만 아니라 비슷한 궁금증을 갖고 계셨던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항상 저희도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지면이 한정되어 있고 꼼꼼하게 답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많은 질문을 다루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어떠한 상황이든, 섣불리 결과를 단정하거나 포기하기보다,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올바른 방향을 잡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사실관계를 차분히 정리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명하게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모두의 건승을 바라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