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직 뇌물·직무유기 1심 유죄 뒤집혀…항소심 전원 무죄, 무죄 왜?

 

직무유기와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공무직 근로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형법이 규정하는 ‘공무원’의 범주에 공무직 근로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과 공전자기록 등 위작 혐의로 기소된 전남의 한 군청 공무직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4045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사업자 B 씨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무직 C 씨에 대해서도 원심을 파기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형법 제129조(뇌물수수 등)에 따른 범죄를 대상으로 수뢰액에 따라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전남의 한 군청 사무실에서 국토교통부의 건설기계 수급 조절 정책을 따르지 않고 사업자 B씨와 공모해 자가용 건설기계를 영업용으로 171회에 걸쳐 용도를 변경해 준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용도 변경 대가로 B 씨로부터 4045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함께 기소됐다.

 

C 씨 역시 D 씨와 공모해 2018년쯤 134회에 걸쳐 수급 조절 대상인 자가용 건설기계를 영업용으로 용도 변경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공전자 기록 위작과 행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단순히 '영업용'으로 기재했다는 것만으로는 전산 기록을 위조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A 씨가 수사단계에서부터 뇌물수수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토대로 직무 유기와 뇌물수수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C 씨의 직무 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 씨와 C 씨가 일반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 근로자'에 해당해 직무유기죄와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공무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종사하며 ▲직무 내용이 단순한 기계적·육체적 업무를 넘어 공적 성격을 갖고 ▲법령에 근거해 임명된 사람을 의미한다. 단순히 관공서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형법상 공무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해석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법상 직무유기죄와 뇌물수수죄는 그 주체를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피고인 A 씨와 C 씨는 공무직으로 형법상 공무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D 씨의 경우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공전자기록 위작 등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사문서위조 등 혐의에 대해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임용 요건과 직무 성격이 형법상 공무원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관공서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유기나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재판부가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