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대전 교제살인’ 사건의 피고인 장재원(26)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13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장씨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강간과 살인 사이 5시간 이상 시간차가 있고 장소도 경북과 대전으로 달라 시간적·공간적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강간과 살인을 각각의 범죄로 봐야 하며 이 경우 형법상 유기징역 선고가 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9조 제1항은 형법상 강간죄 등을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살해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강간죄와 살인죄를 각각 저질렀을 때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는 가중처벌 규정으로, 이 조항이 적용되면 법원은 유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다.
강간과 살인 사이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이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강간등살인죄’가 아닌 강간죄와 살인죄의 실체적 경합범이 성립할 수 있다.
검찰은 장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경북 구미의 한 모텔에서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나체를 불법 촬영한 사실을 근거로 강간등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보호관찰소의 양형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장씨 사건을 내년 1월 8일 다시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첫 재판을 방청한 피해자 유족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회피하려는 모습에서 반성의 기미를 느낄 수 없었다”며 “정말 화가 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니 사람을 함부로 죽인다”며 “피고인이 다시 사회로 나오지 않도록 법원이 강력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지난 7월 29일 낮 12시 8분께 대전 서구 괴정동 거리에서 전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도주했다가 하루 만에 대전 중구에서 검거됐다.
검거 전 차량에서 음독을 시도해 치료를 받기도 한 장씨는 평소 피해자의 오토바이 리스비와 카드값 등을 지원해 왔으나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씨는 범행 전 살인 방법을 검색하고 흉기를 준비하며 피해자를 유인하는 등 사전 계획을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강간·불법촬영 사실도 확인해 살인 및 성폭력 혐의로 송치했으며,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특례법상 강간등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강간등살인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두 범죄가 같은 날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강간 행위가 살인의 동기·원인·결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야 하고,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이나 범행 경위가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강간이 먼저 이루어진 뒤 살인이 계획적·의도적으로 이어진 경우처럼 범행의 흐름이 단절되지 않았다고 볼 사정이 존재한다면, 두 행위 사이에 일정한 시간적 간격이 있더라도 법원이 이를 ‘일련의 범행’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재판부가 구체적 사실관계와 범행 동기, 계획성, 심리적 연속성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해석하느냐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