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수용자 차별 판결 확정됐지만”… 법무부, 배상안내 요청 ‘거부’

확정 판결에도 장애인 수용자 대상 국가배상 안내 미이행
“절차 안내는 국가 의무”… 법조계, 법무부 대응 문제 제기
배상신청 여부는 수용자 판단… 정보 안내부터 이뤄져야

 

지난 8월 교도소에 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대변기나 손잡이 등 필수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법무부가 장애인 수용자들에게 국가배상신청 가능성을 안내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모든 수용자가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민신문고에는 “장애인 차별 피해를 입은 다른 수용자들에게도 배상 신청 가능성을 안내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을 제기한 장애인 수용자 A씨는 “편의시설 부재가 차별이라는 법원 판단이 확정된 만큼 다른 장애인 수용자들도 국가배상신청을 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팔다리가 마비된 중증 장애인으로, 2015년 순천교도소 수감 당시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어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A씨에게 300만 원을 배상하고, 전국 장애인수형자 전담교정시설에 편의시설을 설치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보낸 50여 차례 서신을 교도소가 동정 관찰한 행위는 ‘불법 서신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A 씨가 입소했던 2015년 당시 장애인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A 씨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2022년에서야 화장실에 손잡이와 경사로 등이 설치된 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2심 법원은 "이 사건 교도소는 원고에 대한 화장실 편의시설 미제공 등 차별행위를 했으나 이후 시설을 설치했다. 1심 판결 후 정부가 전국 장애인수형자 전담교종시설의 수용거실 내 화장실에 편의시설을 설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국가배상법 제12조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신청을 권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재량이 아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10월 대법원이 우체국의 지적장애인 차별 규정을 위법으로 판단하자 우정사업본부는 같은 해 국가배상신청 가능성을 안내하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 사건 판결 확정 후에도 배상신청 안내를 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A씨의 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해도 교정시설 내 편의시설이 설치되기 이전에 해당 시설에 수용됐던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배상신청 안내를 거부했다.

 

이어 "교정시설마다 구조와 노후 정도, 장애인 수용자의 거동 여부가 다르다"며 “교정시설 내 편의시설 미설치로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구체적 사안별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 “배상을 안내하면 법무부가 (수용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기관장은 피해자가 절차를 인지할 수 있도록 배상신청을 권장해야 한다”며 “법원이 편의시설 미설치를 차별행위로 인정한 이상 다른 장애인 수용자에게도 배상신청 가능성을 안내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법무부가 주장한 ‘손해 불확실’ 논리에 대해 “개별 수용자의 손해 인정 여부는 배상심의회나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 생활시설 부재로 인한 정신적 손해는 특별한 입증 없이도 경험칙상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안내가 곧 국가의 일률적 책임 인정을 의미한다는 법무부 논리에 대해서도 “절차적 안내와 책임 인정은 별개”라며 우정사업본부가 대법원 판결 직후 배상안내문을 게시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배 변호사는 “편의시설 미설치가 위법한 차별행위로 확정된 이상, 법무부는 다른 장애인 수용자들에게도 배상신청 절차를 안내하거나 스스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별적 손해 인정 여부는 이후 절차에서 판단될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