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 음주운전, 면허취소 가능할까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이뤄진 음주운전이라도, 해당 공간이 외부에 개방돼 있지 않다면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식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이라는 명칭보다 불특정 다수의 통행 가능성이 판단 기준이라는 취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씨가 경기북부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운전면허 취소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경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지난 2023년 6월 술을 마시고 경기도 남양주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주차장까지 약 150m 가량을 운전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면허 취소 기준을 넘는 수준이었다. 이에 경찰은 A 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그러나 A 씨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과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음주운전이 성립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경찰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아파트 단지가 외부 도로와 차단기 등으로 분리돼 있고, 경비원이 외부 차량을 통제하며, 내부 통행도 입주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운전한 장소는 도로가 아닌 ‘자동차 주차를 위한 통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도로교통법 제2조는 ‘도로’를 도로법상 도로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까지 포함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같은 조 제26호는 음주운전 등 일부 규정에서는 ‘도로 외의 곳’에서의 운전도 처벌 대상이지만, 면허 취소는 도로에서의 음주운전으로 한정된다.

 

다만 모든 아파트 단지 주차장이 도로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2011년 B씨는 단지 내에서 음주운전을 한 뒤 면허 취소 처분을 받자 이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운전이 이뤄진 장소는 도로가 아니여서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1심과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운전을 한 장소는 출입구라고 볼 수 있는 곳이 별도로 없고, 외부차량을 통제하기 위한 차단기 등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거나 관리인이 상주하여 관리하고 있지도 않으며, 불특정 다수인이 수시로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라며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봤다.(2011두18663 판결)

 

법조계는 아파트 단지라 하더라도 구조와 운영 방식에 따라 도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배희정 변호사(법률사무소 로유)는 “입주민만 이용하고 외부인이 사실상 출입할 수 없는 완전 폐쇄형 구조라면 도로로 보기 어렵다”며 “반대로 경비 통제가 느슨하거나 외부 차량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구조라면 도로로 인정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 위법성은 단지의 실제 운영 실태가 기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