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외도 알리면 처벌될까…‘망신주기’ 명예훼손 기준 어디까지?

가족 간 공유는 ‘무죄’ 판단 사례 다수
직장·지인 노출 땐 '전파 가능성' 쟁점
“감정 대응보다 증거 확보 우선돼야”

 

외도 사실을 확인한 남편이 배우자의 물건을 처가와 직장으로 보내며 이를 공개한 사례가 전해지면서 해당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는 외도가 사실이더라도 전달 방식과 전파 가능성에 따라 법적 책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

 

25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결혼 5년 차인 A씨는 아내의 반복된 야근과 연락 두절, 늦은 귀가 등을 계기로 외도를 의심했고, 아내는 결국 남자 동창과의 불륜 사실을 인정했다.

 

A씨는 이후 이혼을 결심하고 아내의 짐을 정리해 처가와 직장으로 보냈으며, 가족들에게도 외도 사실을 전했다. 현재 아내는 ”회사로 짐을 보내 망신을 줬다“며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형법 제307조는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공연성’, 즉 불특정 또는 다수가 해당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간의 공유는 사회적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따라서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부모나 장인·장모 등 가족에게만 알린 수준이라면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2022년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남편의 불륜 사실을 가족 단체대화방에 공유한 사건에서 ”가족 간 특수 관계를 고려하면 제3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낮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19년 의정부지방법원도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친척에게 알린 행위는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반면 전달 방식이 제3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유죄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택배·문서·메시지 등 물리적 흔적이 남는 형태는 전파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예컨대 A씨가 아내의 짐을 보낸 택배 상자에 ‘불륜녀’와 같은 표현을 적어 보냈다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표현은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경멸적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어 명예훼손뿐 아니라 모욕죄가 함께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2020년 제주지방법원은 남편이 아내의 지인에게 외도 의혹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낸 사건에서 해당 지인이 비밀 유지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해 명예훼손 유죄를 선고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외도가 사실이더라도 감정적으로 주변에 알리거나 노출 가능성이 높은 방식으로 전달하면 전파 가능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직장 동료나 지인처럼 비밀 유지가 기대되지 않는 관계에 공유하거나 택배·문자·단체채팅방과 같이 기록이 남는 형태는 처벌 위험을 높인다“며 ”이혼 과정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증거 확보와 절차적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