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준강간 혐의의 법적 쟁점과 변론 전략은?

 

Q. 저는 성폭력 범죄(장애인 준강간)에 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노숙인 여성과의 사이에서 맺은 관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검사와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을 중심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였으나, 피해자 진술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사건 초기부터 무죄를 주장해 왔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성관계를 하자는 저의 제안에 합의하였으며, 사리 분별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은 수사가 진행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부분을 쟁점으로 다퉈야 하는지, 저와 유사한 사례를 다룬 판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안팍의 박민규 변호사입니다. 장애인 강간 혐의에서 핵심은 ①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가 불가했으며 저항이 곤란한 상태였는지, ②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 또는 그로 인한 판단 능력의 제한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는지입니다.

 

질문자님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성관계에 명확히 동의하였고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유형은 실무에서도 자주 다투는 쟁점으로, 법원 역시 해당 부분을 매우 구체적으로 심리합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의 정신 상태, 의사결정 능력, 저항 가능성 등 실제 상태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었음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폭력처벌법제6조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 형법 제297조의 강간을 범한 경우 또는 장애로 항거불능·항거 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간음한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라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항거불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해자가 명확히 동의했고 대화와 행동이 자연스러웠다면 ‘장애 이용’에 대한 고의를 부정해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피해자의 구체적 장애 정도와 일상적 의사결정 능력, 대화· 판단 능력, 거부 의사 표현 가능 여부 등을 종합하여 실제로 성적 자기결정권과 저항능력이 제한되었는지를 따집니다. 장애 등급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장애인에 대한 간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 피해자의 행동, 진술, 상황 전반을 실질적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질문자님께서는 피해 여성이 노숙인이었다고 언급해 주셨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실제로 깨어 있었는지, 대화가 가능했는지, 성관계 제안의 의미를 이해하고 응답했는지, 장소 이동이나 행위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아야 할 것입니다.

 

설명해 주신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피해자가 성관계 제안에 대해 명확히 동의 의사를 표현했고 당시 정신상태도 또렷했으며 대화와 행동이 자연스러웠다면, 이는 장애인 강간에서 요구되는 ‘장애 이용’에 대한 고의를 부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진술에 모순이 있거나, 사건 직후 일반적인 피해자의 행동과 다른 행동 양상을 보였거나, 사건 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친밀하게 접촉하는 모습이 포착됐거나, 피해자가 먼저 접촉을 시도했거나 행위를 요구한 증거 등이 있을 경우 법원은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강간 사건의 핵심은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 또는 판단 능력의 부족을 인식했는지의 여부인데, 이를 판단할 때 법원은 피해자의 외형· 말투·행동에 비정상성이 있었는지, 대화가 논리적이었는지, 피해자가 스스로 의사를 표현했는지, 만남·이동·성적 행위 전반에서 자율성이 있었는지, 일반인이라면 장애를 추정할 만한 단서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질문자님 사례처럼 피해자가 명확히 합의 의사를 표현하였고 정신상태도 정상적으로 보였으며, 외형상, 대화상 장애를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태였고, 장애등급 존재 역시 수사 이후에야 알게 된 경우라면 이는 장애 이용에 대한 고의를 부정하는 매우 중요한 방어 요소가 됩니다. 특히 지적장애 2~3급이라도 짧은 대화나 외형만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이 인정되면 장애인 강간의 구성요건 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 인식 가능성’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당시 정신 상태와 의사결정 능력, 성관계 동의 의사의 명확성, 대화·행동의 자연스러움,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물증(CCTV·통신기록·동선)의 불일치 여부, 사건 전후의 행동 양태 등을 통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첫 대면 상황과 대화 흐름, 피해자의 외형·태도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장애를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를 갖추어야 하고, 초동조사에서부터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 온 점, 수사기관이 어떤 전제를 두고 공소사실을 구성하였는지 역시 구조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