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건에 여러 죄명 적용되면 형량도 가중될까?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보통 비슷한 주제를 묶어서 정리해드리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계속 답변이 늦어지는 질문들이 있어서 이번에는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투리 질문들을 모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서신을 통해 직접 질문을 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 오늘 드리는 답변들이 그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덜어드리고,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얼마 전 구치소에서 공소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죄명 부분에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죄명이 함께 기재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중 억울한 부분도 있는데, 혹시 이 죄명들은 하나로 묶여서 판단되는 건가요? 아니면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나올 수도 있는 건가요? 부당하게 형량이 많이 나올까봐 무척 걱정됩니다.

 

A. 경찰이 수사를 할 때, “지금부터 ○ ○죄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질문자분처럼 기소되고 난 후에야 적용된 혐의를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걱정되실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하나의 사건에 여러 개의 혐의가 적용됐더라도 재판부는 각 혐의를 서로 독립된 범죄로 보고 판단합니다. 반드시 모든 혐의의 결론이 다 같이 유죄 또는 무죄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기죄와 공갈죄가 함께 기소된 사건인데, 사기 부분은 고소인 진술도 일관되고 참고인도 동일한 취지로 진술한다고 해봅시다. 반면에 공갈 부분은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가 부족합니다.

 

이런 경우 재판부는 두 혐의를 묶어서 판단하지 않고, ‘사기의 점에 대하여는 유죄, 공갈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와 같이 나누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의 공소장에 여러 개의 죄명이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혐의가 동일한 결론으로 나올 것이라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제가 맡은 사건 중에도 여러 죄명이 함께 기소됐지만 혐의를 다툰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된 건이 여럿 있습니다. 얼마 전 코인 구매대행업자였던 의뢰인이 사기, 공갈,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공범),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신고 없이 가상자산을 영업으로 거래한 부분) 혐의로 기소됐는데, 저희가 처음부터 공소사실을 인정했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 외에 나머지 부분은 전부 무죄가 나온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정리하자면 죄명이 여러 개 적용된 경우라도 모든 혐의에 대해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니, 각 혐의에 대해 법리적으로 분석하고 어떤 부분을 적극적으로 다퉈야 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실 것을 조언드립니다.

 

Q. 저는 지금 기소된 사건에 연루되기 전까지는 경찰서에도 한번 간 적이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초범이면 형이 가벼우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구속이 되기도 했고, 사건이 진행될수록 불안해져서 알아보니 초범이라도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하여 걱정됩니다. 초범이어도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클까요?

 

A. 대법원 양형기준표에도 ‘초범’이라는 사정은 감경요소로 고려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분명 양형에 유리하게 고려되는 요소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 점 때문에 많은 분들이 ‘초범이니 그렇게까지 무거운 형량은 안 나오겠지’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이 부분은 조금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전과가 있으면 형이 더 무거워지고, 초범이면 보통의 수준이거나 약간 더 가벼워지는 정도’라고 이해하시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합니다. 실제로 사건을 맡아서 변론을 해보면, 재판부는 양형을 결정할 때 초범인지 아닌지보다는 범행의 내용이 어떠했는지,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계획적이었는지, 범행 전후의 정황은 어떠했는지 등을 좀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금전 피해가 발생한 사기 사건이나, 마약류 범죄처럼 사회적 위험성이 큰 범죄의 경우에는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 선고는 물론, 징역 5년 이상의 높은 형량이 선고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조금 마음 아프시겠지만 제가 이렇게 냉정하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각각의 양형 요소가 실제로 어느 정도로 참작되는지 정확히 아셔야 변론 전략도 제대로 세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상담 과정에서도 “기존 변호사가 초범이라서 집행유예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이렇게 형량이 많이 나올 줄 몰랐습니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법률 전문가가 아니고 이런 일을 처음 겪는 분들은 당연히 변호사가 하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변호사의 조언이 실무를 반영한 것인지는 항상 냉정하게 따져보셔야 합니다. 본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 보시고 만약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많이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면, 다른 유리한 양형 요소들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저는 현재 구속 중인데 별건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수사 접견 온 경찰이 처음에는 참고인으로 조사한다고 해서 그냥 혼자서 받기로 했는데, 조사 도중 갑자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겠다고 고지받았습니다. 이렇게 조사 중에 바꾸는 것이 가능한가요? 얼떨결에 계속 조사를 받긴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됩니다.

 

A.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 인데, 조사 중에 갑자기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로 전환한다는 말을 듣게 됐다면 정말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를 이유로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을 주장하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참고인 조사 중이라도,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거나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오면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하여 조사를 이어가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 정에 따라 앞으로의 수사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처음엔 조사 대상자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이지 않았기에 참고인으로 조사를 시작했어도, 진술 내용이 기존 자료와 충돌한다거나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되면 피의자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죠.

 

다만 참고인으로 조사하다가 피의자로 전환하여 조사하는 경우에도 처음부터 피의자로 조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술거부권 등 필요한 권리를 반드시 고지해야 합니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을 다투어 조서를 유죄 증거로 사용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질문자분과 같이 참고인 조사라 하더라도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따라서 어떤 신분으로 조사를 받든지 간에, 사안에 대해서 먼저 검토를 받으시고 조금이라도 법률적으로 리스크가 있는 부분이 발견된다면 변호사와 동석하여 조사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참고인 조사 중 갑자기 경찰이 피의자로 전환해서 조사하겠다고 한다면, 변호인 조력권을 내세워 계속해서 진술하는 것을 거부하고 다음번으로 조사를 미루는 것도 가능하니 이런 부분도 알아두시고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형사 사건 절차는 보통 일반인에게는 익숙하지 않기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하게 되면 더욱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독자 여러분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시기보다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사실을 어떻게 주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