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천에서 생활하시는 건 어떤가요? 만족스러우신가요? 평소 도시를 떠나 공기 맑고 조용한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비로소 소원 성취를 하셨는지 3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여쭤보네요.
합천에서 살 수밖에 없게 된 상황들은 제외하고 순수 시골 생활만 놓고 보았을 때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구치소 안에서 시간 안죽이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소중한 어머니를 등한시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파옵니다.
하지만 간혹 당신 스스로 전해주시는 소식들, 당화혈색소 수치가 감소했다거나 12인승 차량 운전도 능숙해졌다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합천에서 나름 잘 이겨내며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얼마 전 신문에서 치매 예방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 두었는데 당장은 어머니의 치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는 어머니의 모든 행동들이 못 미더워 일일이 제 눈으로 확인해야만 겨우 마음이 놓이곤 했었는데 어머니께서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알아서 잘 해내시는 분이라는 걸 요즘 깨닫고 있습니다.
이제는 못 미덥단 감정은 많이 내려놨는데, 대신 그 자리가 애틋함으로 채워진 것 같아요. 어머니의 2025년은 어떠셨나요? 부디 힘든 가운데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셨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올해 대부분을 철창에 갇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다른 수감자들의 괴롭힘을 참지 못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말로 괴물이 될 뻔한 순간도 있었고, 징역 3년이라는 결과가 확정되어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딜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덕인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제 2026년 목표는 ‘어머니의 웃음을 1분, 1초라도 더 늘려 드리는 아들이 되자’입니다. 제가 어머니 덕분에 지금 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것처럼 저도 어머니의 버팀목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계속 이곳에서 제 자신을 잃지 않게끔 좋은 책 많이 읽고, 좋은 생각만 하며 지낼게요.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편지들을 다시 읽다보니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내가 힘을 내고 기쁘게 살아야 아들이 잘 버텨내 줄 거라는 걸 알기에 오늘도 힘을 내어본다” 저도 어머니께서 잘 버티며 지내시기를 바라며, 말씀대로 이곳에서 힘을 내고 기쁘게 살아가겠습니다. 2026년 어머니께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편지 더 자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