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수용 생활 중 재판을 준비하는 분들 사이에서, “자유심증주의라는 게 있어서 판사가 증거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특히 마약 사건이나 성범죄 사건에서 이런 말이 많이 돌고 있는데요, 정작 자유심증주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이 원칙이 실제 재판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아는 분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자유심증주의란 정확히 어떤 것이고 법정증거주의와는 어떻게 다른지, 자유심증주의에도 한계와 제약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또 마약이나 성범죄 사건에서 자유심증주의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서 실제로 무죄로 선고된 판례 등이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강 조은 변호사입니다. 먼저, 자유심증주의란 무엇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자유심증주의란 무엇인가? ‘법의 사슬’에서 ‘이성의 자유’로
우리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심증주의(自由心證主義)입니다. 이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법정증거주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증인 두 명의 증언이 있으면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거나 “자백이 있으면 반드시 유죄다”라는 식으로 법이 증거의 가치를 미리 정해두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이는 천차만별한 증거의 증명력을 획일적으로 규정하여 구체적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는 등 한계가 있었습니다.
현대의 자유심증주의는 이러한 형식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판사가 법정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람이 죄를 지었는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원칙입니다. 즉 증거의 ‘무게’를 재는 저울을 법이 아닌 판사의 이성에 맡긴 것입니다.
2. 자유심증주의의 엄격한 한계
판사가 증거를 판단할 때는 반드시 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선이 있습니다.
바로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입니다. ① 논리법칙은 A이면 B이고, B이면 C일 때, A는 C여야 한다는 합리적 추론 과정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판단은 자유심증주의의 일탈입니다.
그리고 ② 경험법칙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공통으로 겪고 인정하게 되는 ‘보통의 상식’입니다. 즉,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것처럼, 사람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나 상황을 인정하는 것은 경험법칙 위반입니다.
또한 판사가 유죄를 인정하려면 ③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80~90% 정도 의심된다고 해서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1%라도 합리적인 의심(단순한 상상이 아닌 증거에 기반한 의심)이 남는다면, 판사는 설령 피고인이 범인인 것 같다는 심증이 들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3. 마약 및 성범죄 사건에서의 실제 적용 사례
마약과 성범죄는 물적 증거보다 ‘진술’의 비중이 매우 큰 사건들입니다. 이 영역에서 자유심증주의는 피고인에게 ‘희망’이자 동시에 ‘사선(死線)’이 되기도 합니다.
① 성범죄 사건 : “성인지 감수성”과 “진술의 일관성”
최근 성범죄 재판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강조됩니다.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피해자 말이면 무조건 유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무죄 사례 : 피해자의 진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핵심적인 부분에서 자꾸 번복되거나, 객관적인 CCTV 영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경우, 판사는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는 “강제로 당했다”고 했다가 법정에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흔들린 사건에서 판사의 자유심증에 따라 무죄를 확정한 사례가 많습니다.
② 마약 사건 : “공범의 자백”과 “보강증거”
마약 사건은 주로 ‘상선’이나 ‘하선’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됩니다. 이때 공범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죄 사례 : 공범이 자신의 형량을 감경받기 위해(이른바 ‘공적 쌓기’) 허위로 피고인을 지목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판사는 그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 법원에서도 “공범의 진술이 그 동기나 경위를 비추어 볼 때 신빙성이 낮다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누가 나한테 샀다더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돈이 오간 내역이나 통화 기록 같은 ‘보강증거’가 자유심증의 핵심이 됩니다.
4. 자유심증주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판사가 독단에 빠졌을 때 대법원은 엄중히 제동을 겁니다. 가장 유명한 판결 문구 중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유심증주의와 관련하여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한다.
다만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 판례는 판사가 단순히 “느낌상 유죄 같다”거나 “피고인의 변명이 궁색하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만약 1심 판사가 논리적으로 모순된 판단을 했다면, 항소심에서는 바로 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일탈’을 공격하여 판결을 뒤집어야 합니다.
5. 수용자 여러분께 드리는 제언
“판사님, 자유심증주의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제 억울함을 알아서 판단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것은 전략이 아닙니다. 그것은 방치입니다. 자유심증주의를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동시키려면, 여러분은 판사에게 ‘합리적 의심의 씨앗’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① 진술의 탄핵 : 상대방(피해자나 공범) 진술이 왜 논리적으로 모순되는지, 왜 경험법칙에 반하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내야 합니다.
② 객관적 정황 제시 : 당시의 상황, 문자 메시지, 이동 경로 등을 통해 “판사님, 이런 상황에서 저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경험법칙상) 말이 됩니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자유심증주의는 판사의 ‘기분’에 기대는 원칙이 아니라, ‘치열한 논리 싸움’의 결과물입니다. 막연한 기대보다는 본인의 사건 기록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