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독거수용 중 수용자 사망…법원 “국가 배상책임 인정”

독거수용 뒤 숨진 수용자…법원 “국가 보호의무 위반”
30분 순찰이 1시간 순찰로…현장 인력 증원 없이 책임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수용자가 독거수용 상태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송승용 판사는 지난 1월 15일 망인 C씨의 부모 A씨와 B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7844만5267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C씨는 2023년 10월 13일 구속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됐다.

 

이후 2024년 4월 24일 같은 구치소 수용자 F씨가 “C씨가 지급받은 약을 실제로 복용하지 않고 휴지에 뱉은 뒤 이를 가루 형태로 만들어 흡입했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구치소 측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C씨를 다른 수용자와 분리해 독거수용했다.

 

같은 날 오후 C씨는 구치소 거실 출입문 배식구 덮개 모서리에 양말을 연결해 만든 끈으로 목을 감은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서울남부지법은 같은 해 6월 14일 C씨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C씨의 자녀는 상속을 포기했고 부모인 A씨와 B씨가 공동상속인이 됐다.

 

유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C씨는 구치소 수용 당시 수면장애 등 정신과적 문제가 있었고 구속 이후에도 구치소 안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며 “교도관들은 독거수용된 사람을 수시로 시찰해 건강상 이상이 없는지 살필 의무가 있었음에도 약 3시간 동안 C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는 “C씨는 정신건강 선별검사에서 자살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외부 정신과 화상진료를 통해 정신과적 문제를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C씨에 대한 독거수용은 관련 규정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였고 교도관들도 오후 6시42분부터 1시간 단위로 순찰했다”며 “양말을 연결해 배식구 덮개 모서리에 목을 매는 방식의 자살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C씨가 수용 전 공황장애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했고, 수용 이후에도 우울증 진단과 약물치료를 받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C씨가 외부 정신과 원격 화상진료에서 “잠을 잘 못 자고 우울증하고 분노조절이 힘들다. 사회에서 약을 먹다가 끊었는데 더 심하게 재발했다”고 호소한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망인은 자살의 우려가 있는 수용자에 해당한다”며 “자살 및 자해 방지 설비를 갖춘 거실에 수용할 수 있었고 구치소 내에 그러한 설비를 갖춘 거실이 없었다는 사정은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은 일반 수용자에 비해 계호를 엄중히 해야 하는 수용자였다”며 “계호상 독거수용된 사람인 만큼 교도관들은 수시로 시찰해 건강상 또는 교화상 이상이 없는지 살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정 시간마다 거실 앞을 지나가는 수준의 순찰만으로는 독거수용자의 상태를 확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치소 교도관으로서는 마약류수용자이자 자살의 우려가 있는 망인이 독거수용으로 인해 자살을 결행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구치소가 외부 의료기관의 원격 화상진료를 받도록 한 점, 독거수용 자체가 근거 없는 조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C씨를 발견한 뒤 즉시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장례비를 부담한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일부 제한했다.

 

피고인 대한민국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첫 변론기일은 오는 6월 19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법무부는 교도관 1명이 많게는 100명 안팎의 수용자를 관리한다고 밝히면서도 인력 증원은 이뤄지지 않아 일선 교정 현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30분 단위로 이뤄지던 순찰이 1시간 단위로 운영되면서 독거수용자 등 집중 관리가 필요한 수용자에 대한 계호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판결로 수용자 보호 의무와 자살 예방 조치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지만, 정작 현장 인력 보강 없이 교정사고 발생 시 책임만 일선 교도관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