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까지 가면 상황이 바뀔 수 있나요?” 형사사건 피고인이나 가족들이 항소심 판결 직후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러나 상고심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다시 하는 재판’이 아니다. 형사사건에서의 대법원 심리는 원심 재판의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원심판결이 법률을 올바르게 적용했는지를 확인하는 ‘법률심’이다. 즉, 상고심은 증거를 다시 조사하거나 새로운 증인을 부르는 자리가 아니다. 법 적용 과정에서의 명백한 법리 오해나 위헌·위법 여부, 판례와의 불일치 같은 중대한 법률상 하자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절차다. 결국 대법원은 사건 전반을 재검토하는 무대라기보다, 법 적용의 오류를 걸러내는 좁고 까다로운 관문에 가깝다.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 사유를 네 가지로 한정한다. 첫째,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이 있는 경우. 둘째, 판결 선고 후 형이 폐지·변경되었거나 사면이 있는 경우. 셋째, 재심청구 사유가 있는 경우. 넷째,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거나,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다. 이 네 가지 사유를
Q. 2025년 6월 5일에 저에게 상해 등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된 약식명령서가 송달됐습니다. 당시 저는 5월 29일부터 6월 13일까지 외부 병원에 입원 중이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송달 서류를 직접 전달받은 사실이 없고, 송달 확인 서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퇴원 직후에야 약식명령서 내용을 확인했고, 곧바로 정식재판 청구와 청구권 회복청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적법하게 송달되었다”며, 외부 병원 입원 사실이나 송달 시점에 서류를 수령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현재 사동 근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본인도 황당하다”며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의견서를 써줬지만 구치소 측은 병원 입원확인서 등 즉시항고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지연하고 있습니다. 병원 입원확인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받을 수 있다고 하고, 고충처리반에서는 “소송으로 가야 한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송달 시점에 제가 외부 병원에 있었음에도 사동에서 서류를 보관만 하고 전달하지 않은 것이 절차상 하자가 되는지, 그리고 수용자 서명이 없는 상태에서 법원이 적법 송달로 판단한 것이 맞는지 알고 싶습니다. 둘째
Q. 안녕하세요, 저는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구속되어 1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범은 총 4명이고, 공소 금액은 6억 원입니다. 이 중 3명(저 포함)은 출금책이고, 1명은 중국과 연결된 상선(윗선)입니다. 저희 모두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지 모르고 ‘투자금 회수’를 도와주는 일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이러다 괘씸죄에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판사께서 과거 통장을 판 이력(벌금 전력)까지 물어보셔서, 결국 저희 3명 모두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고 자백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상선 1명은 지금도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 말로는 중국에서 누가 “투자금 회수할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해서 연결만 해줬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하지만 저희는 상선도 보이스피싱 조직인 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고, 실제로 상선이 저희에게 출금을 시켰다는 점도 말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저희 3명은 통장으로 수당을 받은 증거(저는 총 2,200만 원 수령)가 있고, 상선은 돈을 받은 흔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최근 선고기
접견 상담 중 의뢰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수발 업체를 이용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고, 환불을 요구하니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억울한 마음에 해당 업체를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불송치’. 수사기관은 이 사건이 사기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의뢰인은 그 판단에 납득하지 못한 채 답답한 심정으로 지내다 나와의 상담 중 다시 입을 연 것이었고, 사건 내용을 들으며 단번에 떠오른 건 “죄명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실무에서 적지 않게 반복되고 있다. 수발 업체의 형사책임을 묻는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해당 대금이 어떤 구조로 지급됐고, 어떤 의도와 상황에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는지에 있다. 형사법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고의’, ‘기망’, ‘불법영득의사’ 같은 법적 요건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먼저, 만약 상대방이 처음부터 아무런 수발 업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애초에 이행할 의사조차 없이 접근하여 돈만 받은 경우라면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자료 전달, 민원 서류 작성, 지인 연락 등 구체적인 약속을 하고도 그중 어느 것도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
성매매 알선 사건에서 ‘실장’이라는 직함은 그 실질적 역할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매우 무섭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실장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단순히 일부 지시를 수행했을 뿐인 피의자도 사실상의 현장 운영 책임자 또는 알선 구조의 핵심 공범으로 평가받아 실형 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실무에서도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 가운데 ‘실장’ 또는 ‘관리자’라는 이유만으로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사례들이 꾸준히 보이고 있다. 이런 사례들에서는 피고인이 장소 제공이나 수익 분배에 일정 정도 관여한 정황이 인정되면, 법원은 단순 고용관계 이상의 공모 내지는 공범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단순히 전화만 받고 배정을 해주는 수준의 역할이라 주장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알선 행위의 일부로써 기능한 이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문제는 많은 피의자들이 초동 조사 단계에서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한 채 수사기관의 유도 질문이나 사전에 설정된 프레임에 따라 단편적이고 모호한 진술을 해버리는 경우다. 이로 인해 피의자는 의도하지 않게 초기 조사 단계에서부터 운영의 핵심 인물, 즉 ‘운영 주체’로 낙인
최근 ‘형식적 공탁’이나 ‘기습적 공탁’에 대한 재판부의 경계가 높아지며, 공탁에 대한 질문이 부쩍 많아졌다. 실제로 많은 피고인이나 그 가족들이 합의가 어려울 때 공탁을 대안적 수단으로 고려하지만, 공탁이 항상 유리한 정상 사유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공탁까지 했는데 왜 실형이 나왔을까요?”라는 질문은 최근 형사재판에서 자주 들려오는 의문 중 하나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공탁금을 실제로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감형 사유로 삼는 경우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의 양형기준이 훨씬 엄격한 방향으로 정비되면서 이러한 형식적 공탁이 양형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고 그 사실이 판결문에 기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공탁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양형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실제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는 공탁제도의 법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현행 공탁법상 피고인(공탁자)이 공탁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피해자(피공탁자)가 공탁소에 직접 ‘서면’으로 수령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거나, 구속 수사를 받는 중에 배우자로부터 ‘이혼 소장’을 받는 사례는 생각보다 흔하다. 이혼 소장을 받는 재소자 입장에서는 황망하기 그지없다. 교정시설이라는 특수한 환경 탓에 외부 소식을 제대로 접하기도 어렵고, 이혼 사유로 적힌 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즉각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감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이혼 소송에서 불리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감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이혼이 자동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이혼 소송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혼인 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파탄에 대해 어느 쪽이 더 큰 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이혼을 원하는 사람이 주장하는 ‘사유’가 법적으로 인정될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른바 ‘귀책 사유’에 대한 판단이다. 법원은 유책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이는 단순히 결혼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누구나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혼인 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혼 청구 자격이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쉽게 말해, 가정을 깨뜨린 사람은 스스로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예를 들
며칠 전, 상담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선임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무조건 선임부터 하겠다는 의뢰인을 만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는 일이기는 했지만, 일단 사건 관련한 이야기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알고 보니 예전에 내가 맡아 승소했던 사건 상대방의 가족이었다. 부끄럽지만 의뢰인의 말에 따르자면 “그때 형이 강남에 변호사 세 분을 붙였는데도 못 이겼다고 했습니다. 그때 선임했던 변호사가 ‘저 사람은 못 이깁니다.’ 라고까지 말했다며 소개했어요.”라고 했다. 항소심까지 이어진 사건 내내 나를 지켜본 그는, 언젠가 다른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맡기겠다고 마음먹었고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자 나를 추천했다고 했다. 감정이 남을 수도 있었던 관계인데 먼저 찾아주셨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재판에서의 변론을 보고 연락을 주신 분도 있었지만, 나의 의뢰인과 갈등이 있어 나를 미워할 상대방이 주변에 “그쪽 변호사가 잘하더라”고 소개해 인연이 닿은 것만 이번으로 세 번째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사건이 끝난 후, 이전 의뢰인을 통해 또 다른 인연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렇게 다시 연락을 받게 될 때면, 내가 맡았던 일의 과정과 결과를 누군가는 계속 지켜보
피해자가 여럿인 형사사건에서는 합의가 결코 쉽지 않다. 모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연락이 닿지 않거나, 아예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피해자마다 사건에 대한 감정의 결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얼마 전 내가 맡았던 딥페이크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같은 학교 여학생 16명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이미지를 제작해 텔레그램에 유포한 사건이었다. 일부 피해자의 에스크 계정에서 나온 성적 질문을 캡처해 게시하기도 해 모욕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형사사건과 동시에 학폭위 처분도 진행됐고, 피해자 보호자들은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의뢰인이 성인이었다면 무조건 형사 공판까지 갔을 사안이었지만,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해 나는 사건의 목표를 ‘최대한의 합의’와 ‘가정법원 송치’로 결정했다. 다만 의뢰인의 경제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피해자와의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합의금 예산에 한계가 있었기에 피해자의 피해 정도나 연락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접근 방식을 달리해 전략적으로 순서를 정했다. 그중에서도 피해자 가장 컸던 학
<더시사법률>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구독자들과 인연을 맺게 되는 경우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신문을 통해 소통했던 독자들과 직접 만나게 되고 각자의 사연을 듣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은 내게도 큰 의미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렇게 맺어진 인연 가운데 하나로 사건을 맡게 되었고 첫 판결이 있었다. 항소심 결과는 집행유예. 병역법 위반으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의뢰인은 그렇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처음 의뢰인을 접견실에서 만났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의뢰인은 짧은 답변만을 반복하며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고, 양형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도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접견이 끝난 후,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아버지의 간절한 전화가 걸려 왔다. 가족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렇게 나는 그의 항소심 사건을 맡게 되었다. 판결 선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나는 마음을 다잡고 의뢰인과의 접견을 이어갔다. 약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섯 번이 넘는 접견을 했다. 처음에는 무거운 침묵만 흐르던 접견실이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려 했다. 어떤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