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나 디지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는 더 강한 처벌을 요구한다. 그러나 형벌의 목적이 단지 응보에만 있는지, 아니면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까지 함께 지향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형사정책의 현장에서는 엄정한 책임 추궁과 범죄 예방, 재사회화라는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기보다 끊임없이 조정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홍열 변호사는 형벌의 목적을 응보와 예방 가운데 하나로 단순하게 나눠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범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형사정책의 기본이지만, 처벌만으로 재범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기 때문에 교정과 재사회화에 대한 실질적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형사정책은 어느 한쪽을 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범죄의 성격과 사회적 요구에 맞게 책임과 예방의 원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며 “엄정한 처벌과 사회 복귀 지원이 함께 작동할 때 제도도 더 현실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홍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강력범죄나 디지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실제로 형벌 강화가 범죄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A. 일률적으로 그렇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중학생 살인 사건으로, 화성연쇄살인사건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왔다. 당시 경찰은 현장 체모 분석 결과 등을 근거로 소아마비 장애가 있던 청년 윤성여 씨를 범인으로 특정했고, 윤 씨는 1989년 체포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러나 2019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8차 사건 역시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사건은 전환점을 맞았다. 재수사와 재심 끝에 법원은 2020년 12월 윤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잘못된 수사와 재판으로 인한 국가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사건 발생 31년 만이었다. 윤성여 씨는 이 사건으로 약 2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출소는 2009년이었고, 무죄는 그로부터 11년 뒤에야 확정됐다. 등대장학회 이사로서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삶을 살고 있는 윤성여 이사를 만나 당시 연행부터 수용 생활, 출소 이후의 적응, 그리고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질문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등대장학회 이사로 활동하는 윤성여 이사와 일문일답. Q. ‘화성 8차 사건’으로 수감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감정에 대해
강압 수사 속에서 만들어진 자백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하지도 않은 범죄를 인정하는 순간, 선택지는 사라졌고 그 대가는 무기징역이라는 형벌이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21년 넘게 복역한 뒤 2021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장동익 등대장학회 이사장과 최인철 이사는 수사 초기의 자백이 폭력과 강요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는 압박 속에서 진술이 굳어졌고, 그 자백이 재판 전 과정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고 회상했다. 최 이사는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서 자연보호 감시원으로 활동하던 중 ‘3만 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다. 장 이사장은 두 살배기 딸을 안고 있던 집 앞에서 이름이 불린 뒤 사하경찰서로 향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교도소 안의 현실도 녹록지 않았다. 의료 공백, 과밀수용, 장기수의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누적돼 있었다고 했다. 출소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취업의 문은 좁았고,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버텼다. “끝까지 살아 있어야 누명도 벗을 수 있다”는 말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는 수사와 재판의 결론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권리가 실제로 균형 있게 보장되고 있는지, 재판 지연과 복잡한 절차가 시민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나아가 형 집행 이후 사회 복귀까지 제도가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지에 따라 사법 시스템을 바라보는 사회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이동규 변호사는 형사사법의 핵심 과제로 절차의 실질적 균형과 형 집행 이후 단계에 대한 제도적 관심을 꼽는다. 제도상 무죄추정과 방어권 보장이 규정돼 있어도 현장에서는 정보 접근의 격차와 구속 상태에서의 방어 한계로 인해 체감되는 공정성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출소 이후의 사회 복귀 지원 역시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는 “형사사법의 목표가 단순한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재발을 막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결론에 대한 평가 이전에, 시민이 절차를 신뢰할 수 있도록 공정성과 설명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동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는 변호사 이동규입
1990년대 후반, 한국 수사 현장에서 ‘프로파일링’은 아직 낯선 개념이었다.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였던 표창원 소장은 반복되는 미제와 참혹한 범죄 현장을 마주하며 기존 수사 기법의 한계를 절감했다. 이후 그는 영국 유학을 통해 범죄 심리와 프로파일링을 체계적으로 접했다. 연쇄살인 사건을 연구하며 표 소장은 자백과 목격 진술 중심으로 굳어진 한국 수사 관행의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잇따른 재심 무죄 사건과 범죄자들의 편지, 수사 현장의 현실을 지켜보며 그는 “사람은 변할 수 있지만 그 변화를 허용할 구조와 시간·자존감을 사회가 얼마나 감당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프로파일링 도입부터 재심과 재범, 변화의 조건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Q. 1990년대 후반만 해도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영국 유학은 어떤 계기로 결심하게 되셨나요? A. 유학을 결심할 당시에는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 자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 당시 화성경찰서 기동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야산에서 증거물 수색을 하다가 14살 피해자의 시신을 직접 마주했습니다. 8차 사건까지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30년 넘게 교정 현장에서 수용자 곁을 지켜온 박종덕 교도관은 사범대에서 역사를 전공했지만 교사 대신 교도관의 길을 택한 그는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무죄가 확정된 윤성여씨와 1993년 처음 만났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윤씨를 위해 신원보증을 서고, 가석방 이후에는 취업과 거처까지 도운 인물이다. 2019년 이춘재의 자백 이후 재심 과정에서는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나서 “무죄라고 믿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수용자에게서 온 편지 수백 통에 일일이 답장을 보내고, 출소자로부터 6년째 감사 문자를 받고 있다는 그는 “죄명보다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도관에게서 윤씨와의 인연, 교정의 의미, 그리고 후배 교도관과 수용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Q.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사 대신 교도관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맞습니다. 원래는 역사 교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교도관 시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아버지가 “학생만 가르치는 게 교육이 아니다. 교도소에서 사람을 바꾸는 것도 교육이다”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크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시험을 본 뒤 1993년 청주교도소에 발령을 받으면서 교정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마약, 보이스피싱, 강력범죄처럼 중대 형사사건은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재판 결과를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그러나 실제 법정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혐의의 무게만이 아니다. 구성요건 해당성, 고의 인정 여부, 공모 범위처럼 세밀한 법리 검토와 함께, 사건의 사실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고 기존 판례와 어디서 같고 다른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가 재판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판결문 공개와 판례 데이터 축적이 확대되면서 형사재판 실무의 분석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유사 사건의 양형 흐름과 판단 경향을 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게 됐지만, 데이터가 많아졌다고 해서 결론이 자동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재판은 추상적인 법리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과 그에 대한 해석을 통해 결론에 이른다는 점에서다. 안지성 변호사는 “중대 사건일수록 법리 자체보다 그 법리를 어떤 사실관계에 적용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판례 분석 역시 결론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내 사건과 유사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를 정확히 짚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지성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중대 형사사건일수록
30년 넘게 교정 현장을 지켜온 장선숙 교도관은 스스로를 “수용자를 끝까지 바라봐 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법학과 직업학을 공부하며 수용자의 재사회화를 돕고, 때로는 교도관 조직의 직무 환경까지 연구해 온 그는 교정을 “쉽게 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오래 견디는 일”, 즉 ‘짝사랑’에 비유한다. 재범의 현실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놓지 않고, 오늘도 한 사람의 삶을 붙잡기 위해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장 교도관에게 교정의 의미와 수용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재직 중 방송대에서 법학을 공부하셨고 이후에는 출소자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직업학 박사까지 취득하셨습니다. 교도관으로서 수용자·출소자에게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어린 나이에 교도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현장에 들어가 다양한 환경의 수용자를 마주해야 했지만, 사건이나 소송 절차를 궁금해하는 수용자들에게 기본적인 설명조차 제대로 해주기 어려운 현실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지금처럼 법률구조공단이나 국선변호인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라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법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사회복귀 업무가 본격화되던
정치적으로 민감한 중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법 시스템의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 과정에서 특정 사건을 보다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전담 재판부 설치 논의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의 독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일수록 결론만큼이나 절차가 어떻게 설계되고 운영되는지가 사법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다. 임태호 변호사는 신속한 재판에 대한 요구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 사건을 위한 별도 재판 구조는 그 취지와 무관하게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낳을 수 있다고 본다. 재판의 신뢰는 실제 판단뿐 아니라 외부에서 보기에 공정하게 보이는 절차를 통해서도 형성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더욱 일관된 기준과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신속성과 공정성은 함께 가야 하지만,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면 결국 절차의 신뢰를 우선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독립은 선언이 아니라 동일한 기준의 적용과 충분한 판결 이유 설명을 통해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태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형 플랫폼에서 수천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반복되면서 이용자 불안도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정보 관리 실패를 넘어 2차 피해와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의 보안 책임,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 해외 플랫폼에 대한 집행 가능성 등 법·제도 전반의 한계가 함께 드러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균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 의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법적 책임의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대규모 이용자 정보를 보유한 플랫폼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안 수준과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고, 유출 사고가 반복된다면 이는 기업의 관리 책임과 제재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그는 “대형 유출 사건에서는 형사·민사·행정 책임이 동시에 문제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개별 이용자가 피해를 입증하고 배상을 받기까지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며 “반복을 막으려면 제재의 확실성과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상균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대형 플랫폼에서 수천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용자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상황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