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입니다. 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러나 형사 재판을 앞두고 있거나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새해’라는 말이 가볍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고, 앞으로의 과정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곽변: 이와 관련해 떠올려볼 수 있는 표현이 ‘마부작침(磨斧作針)’입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꾸준한 노력과 인내를 통해 결국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고사는 당나라 시인 이백의 일화에서 비롯됩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길을 떠나던 이백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겠다는 노파를 만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곽변: 형사 재판 과정 역시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반성문, 탄원서, 합의 과정 등 각각의 절차가 당장의 결과를 바로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Q.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술자리를 가진 뒤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일정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이 이어졌고, 이후 성관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관계 도중 특정 행위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표시했고, 이후 돌연 성폭행을 당했다며 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저는 당황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은 사건 전까지는 별다른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이러한 신고가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이처럼 성관계 도중 특정 시점에 거부 의사가 표현된 경우, 이전까지의 상황과 무관하게 성범죄로 판단될 수 있는지, 또 이런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사안을 정리해 보면, 성관계가 진행되던 과정에서 특정 시점에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표시했고, 이후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신고에 이른 상황으로 보입니다. 질문의 핵심은 관계 도중 표현된 거부 의사가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있다고 이해됩니다. 이와 같은 사안에서는 강간죄 또는 준강간죄의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판단의 기준은 ▲폭행이나 협박이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저는 1심 이후 구속되어 항소심까지 마치고, 형이 확정되어 수감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구속된 뒤 거래처들이 저의 구속 사실만을 이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큰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경우 교도소 안에서도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제가 처한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저는 구속되기 전까지 5년 넘게 사업을 운영하며 거래처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1심 선고 이후 제가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자 주요 거래처인 A업체와 B업체가 “사업주가 구속되었으니 계약을 더 유지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한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하지만 공급가격·수량·대금 지급일이 모두 정해진 정식 계약서를 작성한 상태였으며, 두 업체와의 계약서에는 ‘사업자 개인 사정으로 인한 계약 해지’가 해지 사유로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계약 해지 시 30일 전 서면 통보 및 손해배상 협의 조항이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A업체와는 계약 기간은 아직 13개월이나 남아있었고, B업체와의 계약 기간도 6개월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가 구속된 시점에 이미 준비해 둔 납품 물량 상당 부분이 아직 창고에 보관되어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강간 혐의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히며 법정구속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2019년 협박에 의한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DM이나 전화 기록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피해자의 진술도 최초 경찰 조사부터 항소심 법정 진술에 이르기까지 일관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는 강간을 주장하는 시점 이전인 2018~2019년 사이에 3~4회 성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고, 이후인 2020~2022년까지도 약 3회 정도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저에게 셀카 사진을 보내거나 연애 상담을 하는 등 일반적인 교류를 지속해 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자료들을 모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제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존재합니다.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는 “강간 이후 성관계는 저에 대한 호감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원하지 않았던 관계였다”고 진술하면서도 동시에 “강간 이후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처벌을 원하지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도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질문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질문을 보내주신 분들의 용기와 신뢰에 감사드리며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해 상담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서신을 통해 직접 질문을 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기에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법적 문제 앞에서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이 지면을 통해 조금이나마 방향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차분히 살펴보길 바랍니다.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더시사법률>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가족이 구속 수감된 상태에 있는데요. 구속 전 암을 진단받았는데, 안에서 상태가 더 나빠질까 봐 무척 걱정됩니다. 이런 경우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 있다는데, 그러면 바로 석방될 수 있나요? 어느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야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A.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이 되었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 역시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암이라니요. 저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질문자께서 말씀하신 ‘구속 집행정지’입니다.
강력범죄나 디지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는 더 강한 처벌을 요구한다. 그러나 형벌의 목적이 단지 응보에만 있는지, 아니면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까지 함께 지향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형사정책의 현장에서는 엄정한 책임 추궁과 범죄 예방, 재사회화라는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기보다 끊임없이 조정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홍열 변호사는 형벌의 목적을 응보와 예방 가운데 하나로 단순하게 나눠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범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형사정책의 기본이지만, 처벌만으로 재범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기 때문에 교정과 재사회화에 대한 실질적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형사정책은 어느 한쪽을 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범죄의 성격과 사회적 요구에 맞게 책임과 예방의 원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며 “엄정한 처벌과 사회 복귀 지원이 함께 작동할 때 제도도 더 현실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홍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강력범죄나 디지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실제로 형벌 강화가 범죄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A. 일률적으로 그렇
“조은 변호사, 이 사건 당사자가 너무 억울하다고 하는데, 구치소 가서 이야기 한번 들어보겠나?” 로펌에서 어쏘 변호사로 지내던 어느 여름날, 파트너 변호사의 권유로 사건 하나를 맡게 되었다. 사건 자체는 간단했다. 컴퓨터 수리기사가 고객의 집에 가서 컴퓨터를 수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고객에게 ‘위계에 의한 간음’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고인은 1심에서 법정 구속이 되었고(피고인은 스스로는 너무나도 떳떳했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회사나 가족 등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억울한 마음에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 줄 변호사를 찾아 나선것이었다. 우선 판결문을 확인했다. 그런데 얼추 봐서는 피고인의 잘못으로 해석될 여지가 너무 많았다. 동료 변호사들과 논의를 해봤지만 우리가 2심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이미 1심에서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했고, 그 피해자의 진술 역시 일관적이었다. ‘이를 어쩐다….’ 심란한 마음을 품고 의뢰인을 만나러 구치소로 향했다. 피고인은 역시나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피고인의 말에 사건을 뒤집을 만한 요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피고인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었고,
사람이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다. 겁이 나서가 아니라, 말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고 느껴질 때다. 처음에는 설명하려고 한다. 억울하다는 말도 하고, 상황을 바로잡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말들이 실제 기록으로 남고,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역으로 질문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몇 번 겪고 나면 사람은 깨닫게 된다. 말을 할수록 상황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을. 필자의 의뢰인도 그랬다.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했지만, 더 자세한 설명은 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수심이 드리워진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이 길어질수록 자신에게 불리해진다는 걸 몸으로 배운 사람의 태도였다. 이미 여러 번 설명해 봤으나 그때마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걸 느낀 듯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말수를 줄인 게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의뢰인의 그 선택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형사사건 변호를 하다 보면 억울함에 이것저것 말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는 이들도 종종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사건 기록보다 먼저 의뢰인의 태도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사람은 억울하다고 계속 말하고, 어떤 사람은 잘못을
Q. 안녕하세요. 저는 <더시사법률>을 꾸준히 구독하고 있는 구독자입니다. 항상 정확한 법률 정보와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교도소에서 약 3년째 수용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법률 지식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아 이렇게 자문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준강간 혐의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며, 형사사건과 별도로 피해자 측이 제기한 손해 배상청구 소송에서 5000만원을 배상 하라는 민사 판결을 받은 상태입니다. 해당 사건에는 공범 1명이 함께 있었고, 판결문상 피고는 저와 공범 두 명 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문제는 민사 판결 이후의 상황입니다. 피해자 측과 합의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자 하나 공범 측에서는 합의나 변제에 대한 의사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민사상 확정된 5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피고인 각자에게 2500만원씩 나누어 부담하는 방식으로 분할 신청을 하거나 책임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법적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전체 금액 중 절반에 해당하는 금원에 대해서는 지급 의사와 합의 의사가 분명하지만, 공범의 몫까지 포함 한 5000만원 전액을 혼자 부담하기는
Q. 안녕하세요. 얼마 전 기사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법정 증언이라 하더라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드립니다. 저는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공범 3명과 함께 수사기관에 적발되었습니다. 이 중 공범 2명은 먼저 체포되었고, 저는 도주하였다가 약 4년 뒤 검거되었습니다. 공범 2명은 해당 사건으로 각각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압수당한 휴대전화에서 성관계 영상이 발견되었고, 해당 영상은 저를 포함한 3명이 여성 1명을 강간하고 그 장면을 촬영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공범 2명은 성범죄 혐의로 추가 기소되어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해당 판결은 현재 확정된 상태입니다. 이후 재판 기록을 확인해 보니, 공범 2명은 해당 성범죄 사건의 법정에서 저를 주범으로 지목하며 범행 전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저는 약 4년간 도주하다가 검거된 이후, 보이스피싱 사건뿐만 아니라 위 성범죄 사건으로도 추가 기소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압수수색 영장 없이 확보된 영상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이 사건 처럼 공범 2명이 이미 법정에서 진술을 하였고 그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