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하려던 해외 마약 밀매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고령의 노인을 운반책으로 이용하고 탐지견을 속이기 위해 커피 가루를 뿌리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으나 결국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 밀매 총책으로 지목된 나이지리아 국적 A씨(57)를 포함해 18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 중 운반책인 스웨덴 국적 B씨 등 6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해 공조를 완료했다.
치밀한 범행 계획…필로폰 6.15㎏ 반입
경찰은 올해 3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A씨가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4월에는 멕시코에서 필로폰 3㎏을 들고 입국한 스웨덴 국적 B씨를 인천공항에서 붙잡았다. 이후 경찰은 위장 작전을 펼쳐 B씨로부터 필로폰을 안전히 전달받은 것처럼 가장해 거래 장소에서 기다리던 유통책들을 체포했다.
이어 10월에는 캐나다 국적 운반책 C씨가 필로폰 3㎏을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C씨는 마약을 담은 배낭에 커피 가루를 뿌려 탐지견을 속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번 사건으로 적발된 필로폰은 총 6.15㎏, 시가로 약 200억 원에 달한다.
노인을 운반책으로 포섭…기만적 접근 방식
조사 결과 운반책들은 대부분 60~70대 고령자로, A씨 조직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들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복권 당첨금을 받을 수 있다는 해외 메신저의 거짓말에 속았고, C씨 등 다른 운반책도 대출이나 투자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현혹됐다. 이들은 비행기표와 여행 경비 외에 금품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과거 한국에서 대마를 거래하다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추방된 전력이 있다.
이후 나이지리아에 머물며 한국에 마약을 밀반입하는 범죄를 지속했다. 한국은 동남아나 남미에 비해 마약 유통 단가가 높아 해외 조직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A씨가 2021~2023년에 국내에서 발생한 필로폰, 대마 밀수 사건 3건을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A씨와 나이지리아 국적 조직원 7명, 구속된 공범 4명을 형법상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죄로 추가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나이지리아 마약청과 협력해 A씨를 추적하는 한편, 이번 사건과 연관된 국내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