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법수집증거 기반 2차 증거, 유죄근거 못돼”

휴대전화 살피다 거래 기록 확인
대법 “추가 증거 인과관계 고려”

 

더시사법률 박혜민 기자 |  경찰이 위법하게 확보한 마약거래 증거가 추가 증거의 토대가 됐다면 이를 유죄의 근거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9일 마약류 관리법(향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도 A 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B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023년 6월경 A 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마약 판매자가 숨겨둔 합성대마 카트리지 1개를 수거해 B 씨에게 전달했다. B 씨는 두 달여 뒤 택시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했는데 이를 습득한 기사는 인근 파출소에 전달했다.


경찰은 기기를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하던 중 텔레그램,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서 A·B 씨의 마약 매수·투약 기록을 파악했다. 이후 관련 기록을 복제·출력·사진으로 보관했고, 검찰은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두 사람을 긴급체포하고 압수수색 했는데, 이후 법원은 체포현장에서 압수한 주사기와 액상 카트리지에 대한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경찰은 증거 수집 과정에서 두 사람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거나 참여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고, 휴대전화 기록을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쟁점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1차 휴대전화 증거를 토대로 한 2차 증거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을지 여부였다. 형사소송법(308조의2)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독이 든 나무의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이다.


이에 1심은 모든 증거가 위법하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휴대전화 증거 수집 시 영장주의를 위반해 피의자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이를 토대로 추가 증거를 확보한 만큼 모두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2심은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은 위법하게 수집해 증거 능력이 없지만, 두 사람의 1심 법정 진술을 종합해 유죄로 결과를 뒤집었다.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다. 공소사실과 관련해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카카오톡 대화가 유일해 유죄를 판단할 다른 증거가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 2심에서 유죄 근거가 된 법정 진술은 카카오톡 대화에 기반한 추가 증거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2차 증거의 위법성은 1차 증거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카카오톡 증거가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법정 진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2차 증거 역시 위법하다고 대법원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