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 영호의 강간죄 무죄 변론(2)

의제강간’을 ‘무죄’로 바꿀 증인 신문
성인으로 보였던 피해자의 언행 지적

 

(지난 회에 이어) 나는 마지막 기일에 들어가 증인 한 명을 추가로 신청했다. 피해자는 인터넷에 섹스파트너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후 1달 동안 5명의 남자를 인터넷으로 만나 성관계를 했는데, 영호가 피해자를 만나기 1시간 전에도 또 다른 30대 초반의 남자를 만나 자동차 안에서 성관계를 했다. 나는 이 남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남자는 이미 다른 법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내가 이 남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는 이 남자의 경우 피해자가 당시 12세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16세 이상으로 오인한 것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이었다. 2020년부터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의제강간죄로 인정하는 조항이 도입되었지만, 이 조항은 사건 당시 19세 이상 성인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17세였던 영호에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영호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점을 몰랐다는 것이 인정되기만 하면, 15세로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05조 제2항의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죄가 되는 것이었다.


당초 이 사건의 마지막 기일로 정해진 날에 내가 처음 들어가서 증인을 신청하자, 재판장은 기존 변호인들과 이번에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음을 강조하면서 추가적인 증인 신청은 받기 어렵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2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지금 피해자의 모습으로는 2년 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 사건 당일 피해자와 성관계까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에 대해서 증인신문을 하지 않는 것은 교통사고의 유일한 목격자를 증인으로 신문하지 않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자 재판부가 증인신청을 받아주었다.


증인에게 나는 당시 피해자가 몇 살로 보였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증인은 “20살 이상 또는 그 언저리로 보였다”고 답했다. 나는 다시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증인은 피해자의 키가 165cm로 보일 정도로 컸고, 가슴도 컸고, 음모도 많이 나 있었고, 화장도 짙었고,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하거나 비속어를 자주 써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초등학생인 줄 몰랐다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 증인이었다. 이날 증인신문이 끝나자마자 영호의 부친은 이 정도 증언이면 무죄 판결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뻐하였으나, 나는 성범죄는 무죄가 극도로 어렵기 때문에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밖에 내가 새롭게 발견한 또 다른 포인트는 피고인 영호가 기존 변호사에게 전달한 이 사건 경위를 정리한 글에서 피해자가 Y 중학교 3학년이라고 말했다는 기록을 남긴 것이었다. Y 중학교는 경기도에 있었는데, 서울 강남에서만 자란 영호로서는 그 학교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특히 영호가 피해자의 주소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많은 경기도의 중학교 중 Y 중학교 이름을 먼저 거론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후에 영호가 인위적으로 조작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자는 영호가 처음 Y 중학교를 메모한 워드 파일을 역순으로 돌려 타이핑 시점이 재판 시작 전임을 밝혀냈다.


나는 늘 그러하듯 재판부에 별도의 시간을 얻어서 PT로 최후 변론을 했다. 피해자가 외관상 성인처럼 보였으며 “돔”, “디그레이더”와 같은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는 등 도저히 초등학생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언행을 구사한 점, 영호가 성기를 삽입했다는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애초에 모텔에 가자고 먼저 제안한 것이 피해자였고, 남자 화장실에 가자고 한 것도 피해자였으므로 강압적인 성관계가 있을 리 없다고 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