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하] 성범죄 재판, 무죄를 말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단순 공탁만으로 감형 어려워
재판 초기 전략 수립 중요해져

피해자 진술의 모순 찾아내고
법정 증인신문으로 검증해야

 

요즘 성범죄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예전보다 선고 형량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고,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2025년부터는 형사공탁 제도가 개정되면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단순히 공탁만 해서는 감형을 기대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무죄를 주장하려는 피고인이라면 재판에 앞서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소한 사실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변호인과의 긴밀한 협력과 대응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무죄를 주장하려면 재판 초기부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보통 첫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측이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 내용 전반을 부인하고, 수사기록에 포함된 피해자 진술이나 참고인 진술 등 주요 증거에 대해 ‘부동의’ 입장을 밝히게 되면 검사는 해당 진술의 증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 되면 다음 공판기일에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하게 되고, 피고인 측은 그 진술의 내용과 태도, 일관성 등을 정면으로 검증, 반박할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피해자의 증언 외에 다른 결정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사건이라면, 이 증인신문 절차가 사실상 무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핵심이 될 수 있다.

 

신문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성과 일관성을 결여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점이 드러난다면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평가하고 무죄를 선고하게 된다.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결국 피해자의 진술이다. 다른 물적 증거가 부족한 사건일수록 재판부는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이라면 단순히 억울하다는 감정만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법정에서 반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지부터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피해자의 진술이 명백히 사실과 다르거나, 그 주장과 모순되는 자료가 있다면 무죄 주장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이때는 수사기록을 반복적으로 검토하면서 피해자가 고소장 작성 당시와 경찰 조사, 검찰 조사에 한 말과 법정에서 증언한 진술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만약 인스타그램 DM, 카카오톡 메시지, 전화 통화 녹음 등의 과거의 기록들 속에서 피해자의 주장과 상반되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그 역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증거를 어떻게 꺼낼 것인가, 그리고 그 증거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피고인 입장에서 제출할 수 있는 메시지나 통화 기록이 방대한 경우, 기록 전체를 모두 제출하는 것보다는 공소사실의 흐름에 맞춰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 수 있는 부분만 집중해 추려내는 것이 좋다. 한눈에 정리된 자료는 재판부가 사건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증인신문도 단순한 질문을 던질 것이 아니라 전략이 필요하다. 피해자의 진술에 모순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모순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요즘은 재판부도 피해자의 말이 일관성이 있는지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는 경향이 있다.

 

성범죄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진술을 외워서 반복하려 하거나, 피고인을 지나치게 경계하며 말을 아끼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피고인 측의 질문 하나하나가 피해자 진술의 허점을 드러내는 열쇠가 된다.

 

특히 소개팅 앱이나 오픈채팅처럼 일회성 만남이었을 경우, 사건 당시 피해자의 태도나 대화 내용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엔 오히려 그날의 상황에 대해 피고인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유도하고, 그 안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어긋나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무죄는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를 다툰다는 건 ‘억울하다’는 단순한 외침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철저한 사건 기록 검토, 신중한 증거 선별, 그리고 치밀하게 준비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 재판이라는 긴 싸움 속에서 하나하나 쟁점을 짚어가는 사람만이 끝에서 그 말을 꺼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