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대표님 접견 출발하셔야 합니다.”
재판 준비로 정신없던 내게 직원이 접견 스케줄을 알려준다.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나는 1년 52주 중에 최소 45주에서 최대 50주는 매주 1회 이상 구치소 접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건이 많거나 중요 사건들이 있을 때는 1주에 3회 이상씩 접견을 갈 때도 있다. 부산·경남 지역, 아니, 전국적으로도 거의 손꼽을 정도의 접견 횟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내게 왜 그렇게 접견에 열심인지 묻기도 하고, 사건 처리만 해도 바쁜 일정 중에 접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구속된 피고인의 재판을 준비함에 있어 변호인 접견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변호인으로서 직접 당사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만큼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족이나 지인 등이 변호인에게 사실관계를 잘 설명한다고 해도, 당사자인 피고인만큼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구속된 피고인은 변호인과 접견을 할 때 비로소 시간 제한 없이 재판을 충실히 준비할 수 있기에, 접견의 시간은 변호인과 피고인 상호 간에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다.
사실 일주일에 두세 번씩이나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접견에 할애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16년의 경력을 가진 변호인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대표 변호사인 내가 아닌 소속 변호사에게 접견 업무를 맡길 수도 있는 일이다. 사실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변호인이 되면서 처음 가졌던 마음과 철칙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이 방식을 고수할 것이다. 나의 이런 마음가짐들이 의뢰인들이 수많은 변호인들 중 나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접견을 마치고 나서 다음 접견 시까지 일주일 동안 어떤 식으로든 피고인에게 업데이트된 자료나 의견서, 변론 진행 방향 등을 제시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한다. 그것이 바로 피고인이 나와의 접견을 기다리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여러 가지 다양한 사건을 대하다 보니, 바깥세상과 단절된 장소에서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피고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단순히 시간을 때우거나 피고인의 얼굴만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인 당사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고민하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제시한다.
그것이 변호인의 역할이고, 구속된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 재판의 결과가 좋을 때 느끼는 보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물론 재판의 결과가 예상치 못하게 좋지 않은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건에 임하는 데 있어 최선의 노력을 했을 때는 후회도 없고, 피고인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조금은 더 수월하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자유가 제한된 좁디좁은 구치소에서 하루라도 빨리 피고인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피고인에게 최선의 결과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변호인이 되기 위해 나는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