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형사사법 체계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와 공소유지 기능이 분화되면서, 오랫동안 검사에게 집중되어 온 형벌 집행 권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행 「형사 소송법」과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검사가 형벌 집행을 지휘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이제 시대적 요구에 부합 하지 않는다. 검사의 역할이 수사와 공소유지로 분화된 상황에서, 여기에 형벌 집행까지 담당하는 것은 권력 집중의 문제를 야기한다.
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견제와 균형을 통한 형 사사법 체계의 선진화라면, 형벌 집행 권한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마땅하다. 더욱이 현대 교정행정은 단순한 구금에서 벗어나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목표로 하는 전문적 영역이 되었다.
심리 치료, 직업 훈련, 사회 적응 프로그램 등 복합적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정 전문가들의 판단과 권 한이 필수적이다. 검사가 이러한 전문 영역까지 지휘하는 현재 체계는 비효율적이며, 교정의 본래 목적 달성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의 약물법원(Drug Court) 제도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1989년 플로리다 마이애미-데이드 카 운티(제11사법순회법원)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현재 전국 4,000여 개소에서 운영되며, 마약 관련 범죄자들을 대상 으로 처벌보다는 치료와 재활에 중점을 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약물법원에서는 판사가 중심이 되어 검사, 변호사, 보호 관찰관, 치료전문가가 팀을 이뤄 개별 사안을 다룬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형벌 집행 과정에서 법원과 교정 당국이 긴밀히 협력하며, 처벌과 재활의 균형을 맞춰가는 점이 다. 이를 통해 재범률을 40% 이상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사회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 형벌 집행 권한 역시 법무부 교정본부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정본부는 이미 전국 교정시설을 운영하며 수용자 처우와 관련된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 권한 이관 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수용자 개별 특성에 맞춘 맞춤형 교정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진다. 현재처럼 획일적인 집행보다는 범죄 유형, 개인 배경, 사회 복귀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한 탄력적 처우가 실현될 수 있다.
둘째, 사회 복귀 준비 과정이 체 계화된다. 출소 전 취업 알선, 주거 지원, 가족관계 회복 등 사후 관리 가 형벌 집행 과정과 연계되어 재 범 방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셋째, 교정 예산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 교정당국이 직접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함으로써 현장 수요에 부합하 는 시설 개선과 프로그램 확충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급격한 변화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특정 범죄 유형(마약범죄, 성범죄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성과를 검증한 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권한 이관 과정에서 적절한 견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법원의 사법부 감독권을 강화하고, 시민사회의 교정행정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
형벌 집행 권한의 개편은 단순한 업무 이관을 넘어 우리 나라 형사사법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처벌 위주에서 재활 중심으로, 권력 집중에서 기능 분화로 나아 가는 이 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검찰 수사권 조정으로 시작된 형사사법 개혁의 완성을 위해, 형벌 집행 체계의 전면적 재편에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