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희정 변호사 - inside 법률 Q&A] 상고심의 심리 대상과 재심이 인정되는 사유는?

Q1. 안녕하세요.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몇 달 전에 ‘이런 일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남의 일이겠거니 했는데, 제가 같은 상황을 겪었습니다.


제가 저지른 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총 8명인데, 2심에 이르기까지 이들과 전부 합의를 봤습니다. 1심 단계에서 피해자 5명과 합의를 했고, 2심에 이르러 나머지 3명과도 합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장님은 “1명과 합의가 안 되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 결과에 대해 변호사는 “분명 합의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변호사든 재판부든 누군가는 합의서를 누락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경우 상고심이나 재심에서 다툴 수 있을까요?

 

A1. 상고심, 재심, 변호사, 재판부로 나눠 답변 드리겠습니다. 질문사항만을 근거로 한 것이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점 미리 안내 드립니다.

 

상고심(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시 심리하는 곳이 아닙니다. 상고심은 원심 판결에 법령 위반이나 헌법 위반 등 법리적 오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합의서가 누락되었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상고심의 심리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재심은 판결이 확정된 후, 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가 위조되었거나 판결에 관여한 법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는 등 법정된 사유가 있을 때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합의서 제출이 누락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합의서 등 유리한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변호사가 합의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에 전달되지 않았거나, 제출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변호사에게 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경우에 따라 변호사협회에 진정하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제출된 모든 서류를 검토하고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변호사가 합의서를 적법하게 제출했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누락했다면 재판부의 과실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소송 기록에 합의서가 첨부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기록상 합의서가 없다면 변호사의 제출 여부를 정확히 따져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변호사가 제출 서류를 누락했거나 제출 방법을 잘못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먼저 변호사에게 합의서 제출 사실을 서면으로 확인하고, 법원에 제출된 소송 기록을 열람하여 합의서가 실제로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안녕하세요. 저는 1심에서 상해치사로 20년을 구형받고 실형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에서 일부 공탁을 했고, 2심에서 유가족과 합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합의 진행 도중 2심 재판부 주심 판사가 갑자기 본인의 인사이동을 이유로 선고기일을 잡아버렸습니다.

 

이에 합의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판사는 끝내 예정된 기일에 선고를 했습니다. 저는 분명 합의를 할 수 있었는데, 재판부가 일방적으로 선고기일을 지정한 것이 재심의 사유가 될 수 있을지요?

 

A2. 재판 진행의 절차적 하자는 상고심에서 다툴 수 있지만, 재심 사유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재심은 판결의 사실관계 또는 증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인정되는 매우 예외적인 절차입니다. 재판부의 재판 진행 방식이나 판사의 인사이동으로 인한 기일 지정은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재판 기일 지정은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입니다. 재판부는 소송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 기일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합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재판부에 알렸음에도 선고가 이루어졌다면, 재판부는 이미 충분한 변론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상고심에서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실관계에 해당하는 사항이므로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습니다. 상고심은 법률심이므로 원심의 사실인정(피고인의 죄책,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에 오류가 있는지 여부를 다루지 않습니다. 다만, 상고심에서 형사사건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할 수 있습니다. 파기환송된 사건에서는 다시 합의를 진행하여 유리한 양형을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독자 님의 상황은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만약 상고심에서 양형부당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원심이 파기될 경우에만 합의가 양형에 반영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현실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속하는 재판 진행 방식을 문제 삼아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