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사기로 100억원 편취...주범에 징역 8년

1036명 피해…해외 거래소 상장 이용한 코인 사기
가치 없는 코인 발행 뒤 투자 유도…100억대 피해

 

가치가 거의 없는 가상화폐를 발행한 뒤 해외 거래소 상장과 시세조종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100억 원대 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피해 규모가 100억원을 넘는 사건임에도 별도의 추징금이 선고되지 않으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정덕수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징역 7년, D씨는 징역 6년, C씨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범행과 관련해 압수된 물건에 대해서는 몰수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경기 부천에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을 명목으로 설립된 법인의 대표로 활동했다.

 

B씨와 D씨는 투자 리딩방 업체를 운영하면서 2022년 5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1036명에게서 총 116억1616만8039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H코인’을 발행한 뒤 상장 브로커를 통해 해외 거래소에 상장시키고 자동 시세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한 자전거래 방식으로 가격과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할인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며 락업 상태의 코인을 프라이빗 세일 방식으로 판매했다. 피해자 모집은 전화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유튜브, 텔레그램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일당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과 결제 서비스 사업, 국내 거래소 상장 예정 등을 내세우며 투자자를 끌어모았고 락업 기간이 지나면 최소 400~500%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코인 개발과 플랫폼 사업을 실제로 추진할 의사가 있었고 범죄수익 은닉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피고인은 변호사 자문을 받아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코인 발행과 판매, 자금 현금화와 정산 과정에서 역할 분담이 명확했고 자금 흐름과 관련자 진술, 텔레그램 공지방 운영 및 정산 파일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 사이의 공모 관계와 범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들은 블록체인 사업을 내세워 가상화폐를 발행했지만 실제로 이를 추진할 기술력도 없고 시스템을 개발할 의사도 없었다”며 “아무런 가치 없는 코인을 발행한 뒤 거창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외관을 형성하고 부정한 가격 상승 기법으로 코인 가격을 허위로 끌어올려 투자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피해 규모가 100억원을 넘는 대형 사기 사건임에도 별도의 추징금이 선고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몰수와 추징의 법적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범죄로 얻은 재산을 원칙적으로 몰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몰수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실제 범죄수익이 압수되어 몰수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금액에 대해 다시 추징을 선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범죄수익의 개별 귀속액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다. 특히 가상자산 사기 사건에서는 자금이 여러 계좌와 지갑을 거치며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피고인별 실제 취득 금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도 비슷한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25년 광주지방법원은 범죄수익은닉 사건에서 “몰수나 추징은 대상이 되는 범죄수익이 특정되어야 하므로 그 귀속 여부와 금액이 증거에 의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선고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대형 사기 사건이라고 해서 피해액 전체가 반드시 추징되는 것은 아니다”며 “추징은 피고인이 실제로 취득한 범죄수익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자금 흐름이 복잡하거나 귀속액이 특정되지 않으면 몰수만 선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