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미용 서비스 기획사가 국내 1세대 뷰티 유튜버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법원에서 각하됐다. 계약서에 명시된 관할합의에 따라 일본 법원이 1심 관할 법원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12단독 이선희 부장판사는 일본 도쿄 소재 기획사 B사가 A씨와 그의 소속사를 상대로 낸 위약금 청구 소송을 “부적법하다”며 각하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2월 A씨와 B사가 체결한 행사 계약에서 비롯됐다. B사는 약 300명 규모의 1박 2일 뷰티 행사를 일본에서 개최하며 A씨를 강사로 초청하는 조건으로 총 500만 엔의 계약금을 약속했고, 그 절반을 선지급했다.
하지만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행사는 같은 해 8월로 연기됐다. 이후에도 A씨가 코로나 후유증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하자, B사는 위탁금과 손해배상액을 합산하고 행사 관련 경비의 2배를 더한 약 3억31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이 사건 위탁계약과 관련한 분쟁은 도쿄지방재판소를 제1심 관할 법원으로 한다”에 주목했다. 행사 장소와 대상, 계약서 작성 언어, 원고 본사의 위치, 주요 증거의 소재지 등이 모두 일본에 있고, 원고가 주장하는 경비의 90%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일본 법원이 사건을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사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일본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데 현실적 제약도 없다”며 “일본 법원의 판결 역시 한국에서 승인 및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법원에서 제기된 소송은 계약에서 정한 관할을 벗어나 있어 부적법하다”며 “관할 합의를 무효로 볼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판부는 B사의 청구를 각하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국제 거래나 해외 기업과의 계약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핵심 조항 중 하나가 바로 ‘관할 합의 조항’”이라며 “계약서에 외국 법원을 관할로 명시해 놓은 경우, 분쟁이 발생해도 국내 법원에서 다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단순히 조항만을 근거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행사 장소·계약 체결지·증거 제출지 등 실질적 관련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본 법원의 관할이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라며 “이는 우리 법원이 국제재판관할 원칙을 점점 더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