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반성문이나 독후감, 심리상담 확인서 등 이른바 ‘양형자료’를 제출하면 도움이 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가장 효과적인 자료는 역시 피해자가 작성한 합의서입니다. 반면 그 외의 양형자료는 한두 장 더 제출한다고 해서 즉각적인 결과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1심에서 반성문과 탄원서를 충분히 제출했음에도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느낀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험은 항소심 단계에서의 무력감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항소심 단계에서 실망감이 커지고,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다’, ‘아무리 써도 소용없다’라는 생각에 아예 양형자료 제출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구치소 안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편할 리 없습니다. 작은 일에도 불안해지고 내가 지금 하는 노력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이 반성문 한 장이 실제 결과에 반영될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한 불안과 답답함이 결국 낙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장 좋아하시는 스포츠가 무엇인지요?”라고 되묻습니다. 예를 들어 “축구입니다”라고 답하신다면,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점수로 이어지는 것이 확실하지 않다고 해서 골대 앞에서 슛조차 하지 않을 건가요?”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께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번트를 한 번 더 댄다고, 도루를 한 번 더 한다고 반드시 점수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도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야구는 홈런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가 아니니까요.”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이런 비유를 들 수 있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질럿을 하나 더 뽑는다고 곧바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질럿들이 하나둘 모여 부대가 되면 결국 승기를 잡게 됩니다. 캐리어가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올바른 전략이 아니죠.”
옛말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꾸준한 노력이 결국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뤄낼 수 있음을 비유한 표현입니다. 여기서 ‘지혜로운 노인’이 아니라 ‘어리석은 노인’으로 표현한 이유는 계산보다 믿음과 끈기로 묵묵히 나아가는 자세가 결국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형사 재판 역시 산을 옮기는 일과 비슷합니다. ‘정말 내가 이 산을 옮길 수 있을까?’, ‘다들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괜히 시도하는 건 아닐까?’, ‘조금 더 쉬운 길은 없을까?’, ‘차라리 산을 옮기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처음부터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용기를 내어 첫 삽을 떴다가도 ‘에이, 이게 되겠어?’하며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묵묵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그 성실함이 좋은 결과로 돌아옵니다. 반성문 한 장, 탄원서 한 장이 단독으로 감형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정성과 노력이 쌓이면 결국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형사 재판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만큼 길고, 그 과정에서도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경험과 성공 노하우를 충분히 갖춘 변호사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단 방향을 제대로 설정했다면, 그 이후에는 결과를 조급해하지 말고 산을 옮기겠다는 우공처럼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판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일에도 때때로 요행이 따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운은 오랜 시간 성실히 노력한 사람에게 찾아올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가고 계신 분들이 조급함 대신 묵묵함으로 끝까지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그 길의 끝에서 반드시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