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명의 증여계약서 작성한 대표, 법원 “위조 아냐”

 

주식 증여 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의 한 업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제민 판사는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된 인천 모 업체 대표이사 A(6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2월 여동생 B씨가 자신과 두 딸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해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법 제231조는 권한 없이 타인의 문서를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은 A씨에게 문서 작성 권한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A씨는 부모가 설립한 가족회사의 대표이사로 2000년부터 회사를 운영해왔다. B씨는 남편으로부터 2만 주를 증여받은 뒤 그중 4000주를 2019년 9월 A씨에게 증여했다.

 

A씨는 이후 자신이 받은 40000주 가운데 3000주를 B씨 명의로 ‘A씨와 두 딸에게 각각 1000주씩 증여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하고 주주명부의 명의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부녀의 지분은 51%로 늘어났고 B씨는 “증여 의사는 없었다”며 주권 인도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식 증여 계약서를 쓸 때 명의자인 B씨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이 있었기에 사문서 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231조 (사문서등의 위조ㆍ변조)​이 조항은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권한 없이 위조​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다. 여기서 '위조'란 작성 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의미하며 만약 문서의 명의인으로부터 ​작성 권한을 위임받거나 승낙을 얻었다면​ 이는 '권한 없는' 행위가 아니므로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 판사는 “B씨가 이미 해당 주식 4000주를 A씨에게 증여해 사실상 처분권을 넘긴 상태였다”며 “가족 간에 회사 지분을 운영자인 A씨에게 몰아주기로 한 합의가 있었고 B씨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작성된 계약서로 인해 B씨에게 별다른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A씨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A씨가 B씨의 명시적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당시 사정을 종합하면 B씨가 이를 당연히 허락할 것이라 믿은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이처럼 명의인의 추정적 승낙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