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방송을 통해 교정시설 수감자들 사이에서만 유통된다는 책의 실체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에는 ‘감옥에서만 본다는 책의 내용은 뭘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는 ‘옥중비급’이라는 책이 교도소 내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정식 ISBN 등록까지 마쳤음에도‘저작권 위반’ 소지가 크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방송에 따르면 ‘옥중비급’은 교도소 내에서 가장 많이 찾는 책으로 불린다. 인터넷 접속이 차단된 환경에서 유튜브 쇼츠, 댓글, 합성 이미지 등을 종이로 옮겨 놓은 형태로, 외부 미디어 접근이 불가능한 수용자들에게 ‘유일한 인터넷 구경 수단’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겉표지는 검은 바탕에 남성 실루엣이 앉아 있는 이미지가 인쇄돼 무협지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정작 첫 장을 넘기면 잘생긴 남성이 베트남 길거리를 걸어가는 사진, 일본 애니메이션 ‘이누야샤’ 실사 버전 이미지 등이 등장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방식의 짧은 밈과 짤, 댓글을 그대로 인쇄한 구성도 눈에 띈다.
이 책은 수감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공동체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이 차단된 환경에서 영상·짤 기반 콘텐츠를 종이 매체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실제로 교도소에 가족을 둔 사람들의 ‘안기모’ 카페에서도 “옥중비급 책 좀 구하는 방법 없냐”는 문의가 꾸준히 올라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자는 1인 출판 방식을 통해 두 달에 한 권꼴로 책을 발간하며, 매회 500부 내외만 인쇄해 희소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이미 대부분 품절됐고, 일부 지역 서점에서 단 한 권 남은 재고를 찾아 구매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책을 만드는 출판사 대표는 과거 교정시설에 수감된 경험이 있으며, 당시 교도소에 유료로 배포되던 법률신문 ‘더 시사법률’을 보고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에서는 해당 책이 “교정시설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창구”라는 점도 언급됐다. 스마트폰 세대인 수용자들에게 짤과 댓글 형식의 내용은 일종의 ‘사회와의 연결감’으로 작동하며, 심리적 안정·정보 공유·공동체 의식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이 곧바로 법적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제작자와의 협의가 없는 사진·영상 사용은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확인 결과 ‘옥중비급’은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정식 ISBN까지 등록된 출판물이지만 책 내용 대부분이 외부 영상과 사진을 무단 인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유튜브 쇼츠 화면, 연예인 사진, 커뮤니티 이미지 등이 그대로 실려 있어 사실상 저작권 침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ISBN은 출판물 유통을 위한 단순한 식별번호에 불과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절차가 아니다. 그럼에도 ISBN이 등록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독자들이 해당 책을 ‘정식 출판물’로 오해하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ISBN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도 이미 존재한다. 수감자 가족 커뮤니티 ‘안기모’ 운영자가 정체 불명의 제3자가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들을 복사해 책처럼 묶은 뒤 ISBN을 등록하고 다이소에서 구입한 스티커를 붙여 정식 서적으로 둔갑시킨 후 전국 교정시설에 반입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2024년 8월 형집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한 신문·잡지·도서가 음란, 폭력, 마약 등의 행위를 과도하게 묘사하여 수용자의 교화를 저해하거나 시설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무부령으로 해당 간행물의 구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법무부 역시 “수용자의 알 권리 제한이라는 측면은 있으나, 교정 교화와 수용 질서 유지, 국민 법 감정 등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도서 열람은 수용자의 정서 회복과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되는 만큼, 음란성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알 권리 침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